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긁어옵니다.
사실 <미얄의 추천>이 어떻게 미스터리가 되는지에 대해서 한번 해볼까, 하고 썼던 글입니다만... 흐지부지 중단됐습니다(....)
용어가 좀 자의적으로 쓰여 있고, 지금 생각과는 좀 다른 부분도 몇몇 있습니다만...한번 올려보죠;
아, 근데 여기 판타지&SF사이트였지...!!!
....이미 늦었네요...
장르로서의 미스터리 소설의 스타일은 포의 뤼팽 시리즈,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 등에서 정립되어 소위 '골든 에이지 미스터리'라 불리는 작품군에 의해 그 장르적 지향과 이상형이 자리매김되었다. 이들을 통틀어 클래식, 혹은 모던 스타일이라고 부른다면, 현재로선 미스터리의 '모던' 에이지는 거의 지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형식상의 이상형으로서 모던 스타일은 추구되고 작품 평가에 있어서의 기준 역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미스터리가 왕년의 '순수한' 스타일만을 추구하기에는 장르간 규칙 혼합, 서브컬처로부터의 맥락(context) 유입 등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예의 '이상형' 자체에 내재된 내적 모순, 그 지향으로부터 도출되는 규칙 파괴성, 무엇보다도 장르의 역사가 축적됨에 따라 성숙하는 자기반성의식, 메타픽션/자기패러디적 상상력 등에 의해 미스터리는 기존의 규칙을 파괴하고 작가의 개성에 따라 새로 구축하는 과정을 겪으며 놀랄 만큼 다채로운 '변종' '변격' '탈격' 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엔 현재 이러한 '변이종' 미스터리들이야말로 미스터리 소설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으며 골든 에이지적 페어플레이 정신을 이어받은, 엄정한 의미에서의 '본격' 작품들의 폭은 축소되는 경향이다.
- 모던 미스터리 스타일의 규칙을 간결히 요약하자면:
-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살인)사건이 일어남으로써 수수께끼가 발생한다.
- 작가는 사건 해결의 단서를 소설 속에 제시한다.
- 작가의 대리인인 명탐정은 결말에 수수께끼의 해답을 도출한다. 단 그 해답은
- 의외의 진상을 드러내야 한다.
- 현실적으로 가능해야 한다.
- 단 작가 혹은 명탐정은 소설 속에 제시된 것 이외의 단서를 사용하여 수수께끼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
- 작가 혹은 명탐정이 최종 제시한 해결 이외의 다른 해결이 소설의 단서로써 논리적으로 가능해서는 안 된다. 위와 같은 규칙을 충족시키는 작품일수록 이상형에 가깝다.
- 미스터리의 '이상형'이 갖는 내적 모순의 문제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의 문제와 맥락을 같이 한다. 작가 노리즈키 린타로는 불완전성 정리의 추리소설 버전이랄 수 있는 <후기 퀸的 문제>를 제시했다. 후기 퀸적 문제란 간단히 말하면<탐정을 조종하는 배후조종자의 존재를 부정할 근거는 없다> 는 것으로, 탐정이 제시하는 '정답' 이 실은 미지의 조종자의 의지에 의해 유도된 결과일 뿐이라는 가능성을 역설한다.
쉬운 예시로는 김전일 시리즈 등에서 <탐정의 사고패턴을 파악하고 그가 해결할 수 있도록 범죄를 디자인하는 악의 흑막> 의 존재를 들 수 있다. 요약하면 이 문제는 <(탐정에 의해 제시되는) 추리 소설의 해답이란 존재하는가> 라는 것으로, '정답'에 사활을 거는 모던 미스터리 스타일을 근간부터 뒤흔드는 철학적 난문이랄 수 있다. - 미스터리의 '규칙 파괴적' 지향. 이것은 1.3.1. '의외의 진상' 항목과 관련된다.
미스터리 장르 역사가 깊어질수록 '의외성'을 연출하는 아이디어는 고갈된다. 참신하고 인상적인 트릭은 곧 후임 작가에게 있어서 '그 트릭을 그런 방식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금지를 의미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트릭이나 장치가 인상적이면 인상적일 수록 그것은 장르 클리셰/ 패턴에 편입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장르 패턴과 규칙들이 자유로운 발상을 제약하는 역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반 다인의 20규칙, 녹스의 10계 등은 모던 미스터리의 규칙 제약성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자료이다.
후임 작가들이 예의 규칙이니 계조 등에 얽매였더라면 지금의 화려 만발한 미스터리의 변주와 스펙트럼은 성립할 수 없었을 터이다. 엄격한 제약의 틀 속에서 화려한 논리의 아크로바트를 연출하는 고전적인 미학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스터리라는 것은 범생이 같은 초정밀 논리 뿐 아니라 클라이막스의 파괴적 의외성이라는 양익에 의해 지탱되는 장르인 것이다. 후임 작가들은 장르의 클리셰/패턴/규칙을 파괴/변용/트릭화/패러디 하는 것으로서 상상력의 활로를 열었으며, 그러한 과정을 통해 현재 미스터리의 서브장르들ㅡ하드보일드, 오컬트/호러 미스터리, 코지 미스터리, 로맨틱 스릴러 등ㅡ 이 개발되어 왔다. (실제로 저 '20규칙'은 반 다인이 장난으로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하다. 진지한 '규칙' 이 아닌 것이다. 한편 녹스 쪽은 꽤 진지했다고 하는데, 그 또한 뛰어난 추리작가였으나, 지금까지 이름을 날리는 것은 녹스보다는 반 다인 쪽이라는 것도 시사적이다.) - 한편 미스터리의 '규칙들'은
- 미스터리가 타 장르와 혼합되는 것ㅡ예를 들어 로맨스, 판타지 등의 이질적 지향을 갖는 종류
- 판타지, 오컬트 등 '비현실적', 초자연적 요소의 개입ㅡ사건의 발생이 비현실적 힘에 의해 이루어지거나, 제시된 해결이 비현실적인 것 을 금지하는 항목이기도 하다. 1.3.2. 의 '해답의 현실성'과 관련된다.
- 소설로서 현실 세계를 모사할 것.
- 트릭-해결의 과정은 과학적 게임으로서 검증 가능할 것. 에 역점을 두었다고 말할 수 있다.
- 자기패러디 : 현실의 맥락보다는 장르 내부의 맥락에 기대어 작품을 성립시킨다. 안티미스터리, 홈즈 패러디적 미스터리 등.
- 포스트모던 세계관 : 존재론적 절대 우위를 갖는 '현실' 이란 없다. 수많은 가상만이 있을 뿐이다.
- 맥락 융합 : 다양한 서브컬처, 장르들 간의 맥락이 교환되고 융합된다. 예를 들어 미스터리 소설이 호러와 판타지의 맥락 위에 성립한다. 오컬트 소설이 연애와 코미디, 학원, 액션물의 맥락들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맥락융합이 폭발하는 것으로 라이트노벨 군을 들 수 있다. 이 소설들은 더이상 "미스터리/오컬트 '장르' 의 소설"이라고 말하기 애매해지는 지점까지 나아간다.
모던 미스터리에 있어 '현실성'이 관건이 되었던 것은 문예적 사실주의와 과학중심주의 패러다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모던 미스터리 소설은
이것은 '모던'한 세계관이 반영된 것이다. 소설에 있어 사실주의ㅡ과학주의의 결합은 마치 물리 법칙처럼,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법칙 또한 '현실 세계의 법칙' 에 의해 타당히 도출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낳는다. '현실'은 모든 가상에 비해 존재론적 절대 우위를 가진다. 가상은 현실의 모사이며 현실의 맥락에 기대고 있다. 역으로 현실만이 가상의 타당하고 부당함을 가리는 절대 비교기준이다.
모든 문예 장르들 중에서도 특히 '게임' 성이 강한 장르인 미스터리는 위와 같은 이유로 '현실성'이라는 절대적인 심판을 상정하며 출발했다. 그러나 장르가 발달하여 장르 내부의 맥락이 풍부해지고, 포스트모던 세계관이 유행함에 따라 미스터리에 있어서 현실성이라는 항목은 많은 내용 수정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요약하면 미스터리는 사실주의, 과학주의 강령으로부터 자유로이 유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스터리를 미스터리로 있게끔 하는 최소한의 룰은 남아있다. 이는 어쩌면 미스터리의 기본, 원초적 형태라 할 수 있는 것으로, 바로 '수수께끼의 제시 - 그 해결' 이라는 구조를 말한다. - '수수께끼의 제시-그 풀이' 라는 기본 구조 :
이 구조를 소설 플롯에 적용하면 독특한 이중의 구조가 나온다(엄밀하게 말하여 이중플롯은 아니나 마치 그렇게 보인다). <인간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의 미스터리 플롯 페이지는 메리 로버트 라인하트의 경구로 시작한다.[미스터리는 실제로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된 것이다. 하나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이야기이고 하나는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이다.]
이 말은 하나의 미스터리 플롯이 <사건발생-무지-혼란>의 플롯과 <사건해결-진상-질서>의 플롯이라는 두 가지가 합쳐진 것처럼 보인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시말해 라인하트가 말하는 '일어난 일'의 이야기란 소설 안에서 현재형으로 벌어진 '사건'과 그 여파의 이야기,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 란 소설 안에서 과거의 일인 '진상'이라는 이야기이다.
미스터리 플롯의 목적은 '수수께끼' 다. 이 플롯은 수수께끼의 제시로 시작되어 그 해결로 끝난다. 따라서 수수께끼는 작품 안에서 강한 존재감을 가진다. 후더닛, 와이더닛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4W2H 어느 것이라도 '수수께끼' 가 될 수 있다.
- <사건발생-무지-혼란>의 플롯은 '미스터리어스' 한 분위기ㅡ기이, 불가해, 괴기를 연출할 수록 좋다 : 즉 수수께끼는 어려울 수록 좋다. 여기서 '어려움'이란 반드시 문제 자체가 난해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의 심리적 맹점을 찌르는 간결한 트릭 또한 연출 여하에 따라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요즘의 미스터리는 이러한 종류의 심리트릭/서술트릭이 주종이 되는 경향이다).
장편 미스터리의 경우 하나의 메인 미스터리를 둘러싼 보조 미스터리들이 이 단계에 연속하여 발생하고, 이들에 의해 '미스터리어스'한 분위기를 유지시키는 경향이 있다. 가장 효과적인 보조 미스터리의 사용은 그것이 메인 미스터리에 대한 단서 혹은 단서 해석의 실마리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역으로 메인 미스터리의 단서/실마리를 보조 미스터리로 사용한다고 바꾸어 말해도 좋다.
예를 들어 <미얄의 추천> 1권에서 민오는 <이미 살해당한 묘리가 다섯으로 늘어 죽는다>는 내용의 꿈을 꾼다. 왜 이런 꿈을 꾸었는지 자체가 하나의 미스터리다. 그러나 이것은 <묘리의 죽음>이라는 더 큰 미스터리를 해결한 단서가 된다(사실 1권에서 <묘리의 죽음>은 역시 보조 미스터리일 뿐 메인 미스터리는 따로 있다. 여하간 이 단계의 미스터리 플롯은 작은 미스터리가 다른 미스터리를 인과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종의 체인 형식을 띠고 있으나, 독자는 미스터리가 해결되는 단계가 되기까지 이 인과성을 알지 못한다). <묘리의 죽음>의 미스터리가 풀리는 순간 <다섯 명의 묘리 꿈>의 미스터리도 자연히 풀리게 된다.
- <사건해결-진상-질서>의 플롯은 강력한 '반전'을 연출할 수록 좋다 : 이 플롯은 <사건발생-무지-혼란>의 플롯을 뒤집어 숨은 진실을 드러내는 성격을 갖는다. 이 반전-발각의 극적 연출은 독자를 놀라게 할수록 좋다.
특히 라노베 미스터리 등에서 반전의 연출을 말초적/파괴적/충격적이도록 고심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전의 충격 한 방에 사활을 건 작품들도 드물지 않다. 그러나 지나치게 반전 효과를 의식한 나머지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작용 역시 적지 않다. - 해답이 무엇이든 그 풀이 과정에는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
해답의 '현실성' 여부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만큼 그것이 해답처럼 '보이게끔' 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예를 들어 초절 밀실 살인사건의 해답으로 소설이 내놓은 것이 터널 효과라면, 그 황당한 답이 답처럼 보일 수 있도록 연출하는 데 세심한 주의를 쏟아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설득력' 이란 해답의 이론적 설명력 혹은 검증력 뿐 아니라 소설 장면 연출상의 호소력 또한 포함하는 말이다. 설명력이나 검증력이 떨어지더라도 호소력이 탁월하여 독자를 납득시키는 작품들도 미스터리로서 호평가를 받는 일이 드물지 않다(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논리'가 아니라 '사기술'을 사건 해결에 이용하는 경우인데도 말이다).
- '설득력'을 창출하는 방식은 자유롭다 :
위에서 이야기했듯 엄격한 형식논리적 '추리' 보다는 비형식적 추론, 심지어는 정서적 호소에 의존하는 일종의 대 독자 사기술조차도 독자를 설득하는 데 효과적이라면 타당하게 인정된다.
또한 그 해답은 반드시 현실적/ 사실적일 필요가 없다. 소설 속 세계에서 가능하리라는 개연성만 성립한다면 역시 정답으로서의 설득력을 가진다.
관건은 이 '설득력' 이 이야기 그 자체가 담지하는 가상 세계의 내적논리에 의존하는 경향이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서 내적논리란 소설이 직접 제시하는 세계관, 설정, 룰, 단서의 배분 뿐 아니라 문체나 분위기, 작가의 개성 등 내용 외, 형식 외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성립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꾼 시리즈가 갖는 미스터리적 설득력은 순전히 소설 속에 제시된 증거의 배분과 그것을 해석할 실마리 등의 절묘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동일한 플롯을 고전적 문체로 형상화했다면 설득력은 땅에 떨어졌을 것이다. 니시오 이신 소설의 설득력은 <니시오 이신 소설이기에 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그 독특한 문체/분위기/작가 자신의 개성에 의존하고 있다.이것이 니시오 이신 퀄리티!
한편 독자가 미스터리의 설득력에 설득당하는 수준의 역치는 가상세계 자체의 리얼리티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가상세계가 희극적/만화적 리얼리티를 가진 경우 독자는 비극적/사실적 리얼리티를 가진 소설을 읽을 때보다 요구되는 설득력의 역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게 된다.
- 제시된 해답이 반드시 최종적인/유일무이한 진실일 필요는 없다 :
다른 해답의 가능성이 있든 없든 상관없으며 "어쨌든 이 이야기에서 필요한 만큼은 했다" 정도의 느슨함. 심지어는 그 해답이 진실인지 아닌지도 부차적인 문제이다.
'설득력' 항목과 관련하여, 만약 소설 자체가 어떤 엉뚱한 해답이라도 가능할 듯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면, 독자는 애초에 해답의 최종 진실성에는 관심을 갖지 않도록 유도된다.
이런 느슨함은 특히 라이트노벨 계 미스터리에서 두드러진다. 앞서 말한 니시오 이신 소설의 '헛소리' 라는 문체적 전략, 미군마짱 시리즈의 대놓고 '거짓말' 을 어필하는 뻔뻔함 등. <미얄의 추천> 또한 희극적 문체와 만화적 분위기로 "어떤 엉뚱한 해답이라도 가능" 함을 역설하고 있다.
예를 들어 5권의 '침몰저택 도깨비의 정체' 라는 수수께끼에 대해 <미얄>은 가장 그럴듯한 답을 제시하고 있으나, 나는 침몰저택 잠수정의 인공지능 '오비트'가 아망파츠에 의해 폭주했거나 아망파츠 자체로서 사건을 일으켰다고 예측하고 있었다. 이 인공지능은 등장인물들과 고도의 만담(?) 을 나눌 정도로 절륜한 기술력의 산물인 것이다. <미얄>은 이 추측에 대해 확실한 부정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며 따라서 그러한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그러나 나는 이 가능성을 꼼꼼히 따지고 넘어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오비트가 등장하는 장면의 만화적인 분위기가 '이 아이템은 단지 개그요소일 뿐'이라고 '대충' 지나치고 넘어가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 느슨함을 역이용한 메타미스터리가 성립할 수도 있다. 특히 완결성을 가진 단권들이 연속하여 하나의 시리즈를 만드는 라노베 포맷에서 효과적일 방법이다. 예를 들어 앞 권에서 채택되지 않은 '다른 가능한 해답', 5권의 오비트에 대한 가설 같은 것을 후속권에서 정답으로 정립함으로써 이제까지의 전개를 뒤집는 강력한 트릭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요즈음의 미스터리 소설은 <미스터리어스한 분위기> 와 <파괴적 반전> 에 사력을 다하는 작품들이 많다. 즉 논리적 치밀성보다는 심리적/감각적 연출력을 고심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 충실한 미스터리 트릭이 바로 <서술 트릭> 이라 불리는 부류이다. 서술 트릭을 구사한 작품은 여타 미스터리 소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는 과정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즉 탐정 역의 인물이 <사건의 진상을 논리적으로 피로하는> 부분이 없거나 매우 드물다. 독자가 사건의 진상을 납득하는 과정은 산문적이라기보다는 시적으로, 서술 트릭물 중에는 <마지막 한 줄로 모든 것이 바뀐다> 등의 카피를 어필하는 작품이 많다.
한편 가시적인 <설득> 부분이 없는 만큼 서술 트릭의 독자 설득 기제는 작품 전체의 구성 방식, 편집 방식에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 즉 마지막 한 줄로 상기되는 '사건이 진상' 이 전개 속에 충분히 복선/암시 등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 <사건발생-무지-혼란>의 플롯은 '미스터리어스' 한 분위기ㅡ기이, 불가해, 괴기를 연출할 수록 좋다 : 즉 수수께끼는 어려울 수록 좋다. 여기서 '어려움'이란 반드시 문제 자체가 난해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의 심리적 맹점을 찌르는 간결한 트릭 또한 연출 여하에 따라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요즘의 미스터리는 이러한 종류의 심리트릭/서술트릭이 주종이 되는 경향이다).
이렇게 모던 미스터리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고 느슨한 틀 속에서 성립하는 작품들을 '광의의 미스터리' 라고 부르나, 이 어법은 엄격하게 구별할 때가 아니면 쓰지 않는 추세이다. 오히려 모던 미스터리 스타일 작품들에 굳이 '정통' '본격' 등의 수사를 곁들여 어필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재 (특히 일본) 미스터리 계의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미스터리는 장르라기보다는 , 유연히 적용가능한 '스타일'에 가까워져 간다고 볼 수도 있겠다. 여기서 둘의 구분은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미스터리 작품들은 출판사의 방침, 특정 사조나 레이블, 작가의 개성 등에 따라 제각각의 스타일과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서는 특히 장편 미스터리 포맷의 소설들이 공유하는 경향을 거론해 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