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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카롭게 엣지를 세우신 교고쿠 나츠히코 선생님의 존안으로 시작합시다(....)

 이분 진짜 평소에도 저런 음양사간지 복장X근엄한 표정으로 다니는 걸까요(...........)

 내 머릿속의 교고쿠 나츠히코 선생과 너무 싱크로가 잘 돼서 무섭습니다. 현실에 존재해도 되는 거냐, 저런 사람이!!!

 

 전설의 초 괴작....아니 초 대작 <우부메의 여름>입니다.

 지금이야 뭐 누구나 인정하는 걸작입니다만, 발간 당시 엄청난 찬반양론에 휩싸였다고 하네요. 그 이유야 뭐 "그걸 트릭이라고 썼나요? 님 지금 장난^^?" 이라거나 "탐정의 능력이고 뭐고 다 반칙이잖아! 미스터리로서 실격이다!" 정도였겠네요.

 교고쿠 나츠히코는 '트릭' 이 아닌 '플롯'을 엄청나게 아크로바틱하게 구사하는 작가입니다. '미스터리'라는 것은 트릭도 트릭이지만 플롯(인과) 도 중요하지요.  <우부메>는 물론이고 후속작 <망량의 상자> 에서는 진짜로 "미, 미쳤어 이 사람!" 싶을 정도로 복잡한 플롯을 엮고 푸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그런 능력을 평가받았기에 찬반논쟁을 극복하고(...) 오늘의 대가 교고쿠가 있게 된 거겠죠!

 

 <우부메>는 태평양전쟁이 끝난 직후, 대대로 산부인과를 해 온 '구온지' 저택에서 벌어지는 불가사의한 사건 이야기입니다.

 그 소재 하여 상상임신.

 20개월 동안 상상임신중인 구온지 교코와 행방불명된 남편 마키오.  소설가인 세키구치는 어쩌다가;; 교코의 언니 료코의 의뢰로 구온지 가에 방문하고, 거기서 교코의 양수가 터지면서 동시에 시랍화 한 마키오의 시체가 등장하는 것을 목격합니다. 마치 교코가 시체를 낳은 것처럼.

 이 사건과 구온지 가에 얽힌 '저주'의 비밀을 헌책방주인 겸 음양사 교고쿠도와 초능력탐정(...) 에노키즈가 푼다! 는 게 대략의 시놉이겠네요.

 

 여기서부터는 다소 스포가 될지도 모르겠으니 주의를;;

 

 이 사건의 진상이라는 거, 엄청나게 간단합니다. '반칙이다!' 소리가 당연히 나올 정도죠. 옛날 같으면 그런 거 쓰면 업계에서 매장당했을지도-_-;;;;

 간단한 만큼, 읽는 쪽은 "그래,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어" 라고 멋대로 속아넘어가 버려요. 아니 아예 그럴 가능성을 머리에서 제해 놓고 시작하죠. 제가 그랬다능-_-;;

 이 간단한 진상을 미처 거들떠조차 보지 않기 때문에, 사건은 복잡하고 불가해하게 보이게 됩니다.

 사실 그거예요. 우부메를 비롯한 교고쿠도 시리즈의 테마는.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 그 '사이'에 작용하는 인간 심리의 작위성과 불확실성, 애매함이야말로 모든 비극이 일어나는 원인이며, '요괴'가 깃드는 맹점이 동시에 주술사인 교고쿠도가 '퇴치' 하거나 '정화'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또한 인간 심리가 빠져드는 '오해'가 교고쿠도 시리즈의 플롯 상 핵심입니다. 이 사건이 저 인물에게 어떤 오해를 초래하였는가. 그 오해로 인해 그는 어떤 행위를 하며, 그 행위가 또 어떤 오해를 낳는가...

 그렇기에 교고쿠도 시리즈는 항상 '인간'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곧 세계를 만들죠. <우부메의 여름>에서 중요하게 쓰인 모티프로 "양자역학"이러거나 "가상현실"이라는 게 있는데, 이는 곧 인간의 마음에 의해 결정되는(혹은 애매해지는) '세계'를 뜻합니다.

 <우부메의 여름> 이라는 소설 역시 작가 교고쿠 나츠히코에 의한 "가상현실" 세계입니다. 여기서 작가는 그 '세계'가 읽는 이의 마음에 선명하게 그려지도록  공을 들이고 있어요. 그 일례가 악명높은-_-;;;;; 초반 교고쿠도의 장광설 러시입니다. 뭐, <반지의 제왕> 에서 초반에 이야기랑 별 상관도 없는 호빗 담배피는 얘기 같은 설정을 주야장창 늘어놓는 거랑 비슷할까요. 네네 설정크리입니다(....).

 

 아마 미스터리 독자에게는 '설정' 이라는 것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왜냐하면 '미스터리는 현실 세계를 모델로 한다' 라는 고정관념 혹은 선입견이 상당히 오랫동안 통용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교고쿠 나츠히코가 등장한 이래로는, 꽤 여러가지 바뀐 것 같아요.

 교고쿠 나츠히코처럼 '세계로 테마를 상징한다'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네요) 는 기법도 있는가 하면, "세계를 룰로 삼은 트릭(혹은 플롯)으로 미스터리를 성립시킨다" 는 경우도 있습니다(교고쿠 스타일이 이것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앞서 감상란에 리뷰한 <살룡 사건>이 요 경우겠네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세계를 룰로 삼는다' 는 발상은 사실 옛날옛적부터 있었습니다. 유명한 본격 미스터리 작품들은 모두 '현실 세계' 라는 '룰'에 기반한 작품들이죠. 그러나 '현실적' 발상이 여러모로 포화상태가 되고, 독자의 흥미를 끌어들이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가상현실, 혹은 SF나 판타지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들이 속속 나오게 되었다, 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만은 아니고 어디서 주워읽은 평론 같은 데 비슷한 얘기가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뭐 길게 썼는데, 요약하자면

 

 Oh Oh Oh Oh

 냉정한 본격빠들아!

 인간 깜짝상자 교고쿠 나츠히코가 왔다!!

 

 ...정도 되겠습니다.

 

 아래는 보너스 <추젠지 아키히코의 굴욕... 아니 꽃미남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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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판에선 분명 이런 아저씨였던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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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판에선 이런 간지가 왠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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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바타 타케시의 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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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너스는 애교!

 

    경향신문에서 <이 작가가 수상하다> 시리즈 칼럼을 연재하는데, 교고쿠 나츠히코 편이 있습니다. 이것도 봅시다

'3' 댓글

밀랍담배

2009.10.08
13:03:23

과연..교고쿠 나츠히코 선생님...

엔파운드

2009.10.22
17:20:31

[추젠지] 검색으로 들어왔습니다

요즘 교교쿠 시리즈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이렇게 감상문 공감가고 재미있게 쓰신 분은 처음입니다.ㅋㅋㅋ

 

혹시 이 글, 제 블로그

http://blog.naver.com/37azure

로 퍼가도 될까요??

출처를 확실히 기입하겠습니다

오렐리아

2009.11.18
11:49:48

퍼가셔도 됩니다;; 제가 덧글을 너무 늦게 봐서 확인이 늦었군요. 앞으로도 제 글이라면 언제든지 퍼 가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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