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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작품을 읽고 느낀 것은 의문이었다.
일생에 단 한 가지 이룰 수 있다는 소원.
평범함을 가장하고 등장한 라벨에게서 느낀 것은 묘하게도 의문이었다.
그저 평범한 대화를 하고 있을 뿐인데 위화감이 든다.
그것이 뭘까.
그것이 궁금하여 페이지를 넘기게 된 하지은 작, ‘보이드씨의 기묘한 저택’.


뜻밖에도 다음 페이지에 등장한 것은 라벨이 아닌 낯선 인물이었다. 라벨이라 생각하고 읽어 내려가던 나는 순간 당황했다. 앞장의 이미지와 맞지 않았던 것이다. 조금 더 읽어 내려가니 라벨이 아닌 스타프씨가 주인공이었다.
소제목을 다시 확인하고 층별로 에피소드가 이어질 것임을 예상 할 수 있었다.


1층, 걸작의 방 이야기에서 라벨보다 먼저 등장한 인물은 기묘한 저택의 기묘한 손님인 마라공작.
고양이 박제를 주문한 그에 대한 특징은 빨간 입술과 고음의 목소리라는 설정으로 독자에게 각인시킨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외모와 의도를 알 수 없는 어투를 쓰며 라벨과 대비되는 인물로 아마 앞으로 다른 소설을 읽더라도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한다면 마라공작을 먼저 떠올리게 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이다.
라벨에게서 평범함을, 마라 공작에게는 강렬함을.
라벨이 평범한 저택의 주민의 분위기를 풍기는 반면 그에게선 악역다운, 무언가 미끈거리는 느낌을 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단순한 손님이 아닌 전반적인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이 순간에는 라벨조차 스타프씨와 같은 저택에 사는 주민 정도로 여기고 있었으니까. 층별로 에피소드가 존재하고 그에 따른 주인공들이 존재하는 이야기의 방식일거라 생각했다.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마라공작은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역할을, 라벨은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과는 관계없는 단순한 이웃에서 점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관계로 어찌 보면 해결이라 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듯하지만.
탐미공작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마라공작은 기묘한 것을 모으는 취미가 있는 듯한데 라벨이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면 마라공작이 그 댓가라고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받아가게 된다.
등장인물들은 타인의 눈에는 불행으로 비칠지도 모르지만 각자 자신들이 원하는 형태로 자신만의 행복을 얻게 된다.


어쩌면 이 이야기들은 탐미공작의 기묘한 수집품에 얽힌 이야기들 일지도 모르겠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삶을 이어가던 등장인물들의 공통점은 마라공작이라는 인물로 인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게 되고 결국 그가 이끄는 대로 라벨을 의지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결말을 맞게 된다.


지금까지의 등장인물이 라벨을 의지하고 있었다면 주스트씨는 그를 이용하려는, 혹은, 대등한 위치에서 시작한 유일한 인물이다. 6층에 와서야 접근 방법을 바꾼 작가의 의도를 추측해보자면 마지막에 라벨의 고민을 표면으로 드러내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주스트씨가 자신도 모르게 소원을 이루게 된 서장격인 에피소드는 어쩌면 다른 어떤 에피소드보다 강한 갈등을 위한 포석이었다고 생각된다.


허나, 나름의 단단한 설정을 지닌 등장인물들에 비해 주스트씨의 여성 환자에 대한 살해 동기에는 억지가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주스트씨 본인에겐 가혹한 일 일지라도 부인이 죽게 되는 연유까지 이어지는 과정에 비하면 무리가 있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오드리 부인이 죽음을 맞기에는 그녀가 너무 가엾다. 그녀는 과연 누구를 위해 목숨을 잃게 된 것일까.

라벨의 가장 소중한 친구인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라벨에게 변화가 찾아오고 주스트씨가 라벨의 정체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라고는 하나 지금까지의 자연스럽고 유연한 흐름이 이 부분에서 튀어 오르는 느낌이 든다.
그의 사람 좋아 보이는 푸근한 미소는 죽은 부인을 잊지 않기 위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작가의 영상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느낌은 급하게 행동을 나열하려는 것이 아니라 느긋하게 감정을 전하려는 느낌으로 글을 표현한다.
섬세한 행동과 상황의 묘사로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감정이 눈으로 보여지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특히,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스타프씨의 죽음에 대해 문밖에서 스며 들어오는 빛으로부터 발을 피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라벨의 감정을 죄책감이라는 단어보다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타인의 감정에 가슴아파하면서도 그다지 자신의 감정은 내비치지 않는 라벨이지만 4층 에피소드 마지막 장면인 루서의 결혼식에서 언뜻 내보인 과거에 대한 사정과 그의 속내를 엿볼 수 있었다.
그것으로 보아 그도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마라공작에게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루이제와의 연결점이 무엇인지 별다른 힌트가 없는 관계로 겉도는 추측만 할 수 있어서 조금 답답한 감이 없지는 않다. 살짝이라도 무언가를 보여주었으면 하지만 현재로써는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라벨과 마라공작 사이의 비밀이 무엇인지 회를 거듭함에 따라 조금씩 풀어놓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글의 구조로 보아 그들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등장할 것으로 여겨진다.
보이드씨에 관한 이야기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인데 전혀 언급이 없어 등장인물 중 가장 비밀스런 보이드씨이지만 그는 이미 라벨에게 소원을 빌고 마라공작에게 댓가를 지불한 모습이 현재의 상황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몇 발자국만 내딛으면 라벨의 영원할 것 같던 소원을 이루기 위한 여정이 끝이 난다.
순수하게, 그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의 소원을 이루게 되는 엔딩을, 그의 행복을 빌며 결말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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