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떠나고
그대는 남으니
두번의 가을이 찾아오네
-蕪村
-Endress Supply Of Pain-
피오죠는 마담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마담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태어났을 때 남성과 여성의 상징을 모두 가진 그를 마을 사람들
은 두려운 존재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다른 형제보다
그에게 깊은 애정을 쏟았다. 그리고 그가 열살이 되던 해, 부모
는 그를 데리고 성에 찾아가 귀족의 앞에서 그의 옷을 벗겼다.
부모는 두둑한 돈주머니를 받아 돌아갔고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귀족들의 문란한 성적 향연을 위한 노리개가 된 그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는 인형처럼 조용히 춘추春秋를 흘려 보내었다.
몇 년이 흐른 어느날, 운명의 추는 새롭게 움직였다.
그의 짙고 어두운 보라색을 품은 눈에 일반인과 다른 것이 보이
기 시작한 것이다. 알아서는 안되는 비밀이 보이는 눈은 결코 축
복이라고 할 수 없는 새로운 저주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저주의 위험성을 느낀 그는 모두에게 침묵했지만 그 능력이 생긴
순간부터 이전과 같은 삶을 사는 것은 거부되었다.
우연한 계기로 귀족 하나가 피오죠의 능력을 알게 되었고 그는
두려움을 품었다. 피오죠는 그 귀족이 가진 두려움을 보게 되었
고 자신을 향한 살의殺意를 알게 되었다. 피오죠는 살기 위해 우
둔한 시종들을 현혹하고 조종하여 성을 탈출했다.
먼거리를 도주하여 대륙 중부의 대도시에 도착한 그는 자신의 존
재를 숨기기 위해 홍등가에 거처를 마련했다.
방관하는 신점神占의 삶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그와는 또다른 의미로 저주받은 자를 처음
보게 된 것도 그곳이었다.
*
날씨는 무더웠다. 바다의 신이 보내온 습기와 찌는 듯한 태양은
사람이 지치기 좋은 날씨를 만들어주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매음굴로 향하는 뱃사람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마치 박쥐들처럼 햇빛을 피해 두꺼운 커튼으로 창문을 가리고 밤
새 몸을 파느라 지친 여자와 남자들은 죽음처럼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그들의 창문 아래에는 간밤의 취객들이 만들어놓은 토사
물이 곳곳에 널려 후덥지근한 열기와 섞여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 하지만 폭염 아래로 나가 그것을 손수 치우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게 나태함에 빠져든 해안 도시의 매음굴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진 마담 피오죠의 가게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적막했다.
마담 피오죠는 카운터 앞의 사내를 약간의 당혹함과 짜증스러움
이 섞인 눈빛으로 보며 나왔다. 그의 눈과 마주친 사내는 말없이
묵묵히 앉아있었다. 카운터 안에 들어선 마담은 왼팔을 기대고
서서 사내의 얼굴에 있는 상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흉터라 할 수 없는, 각인이라고 할 정도로 깊게 새겨진 상처들.
이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름도 더 늘어난 사내의 얼굴을
보며 마담은 입술을 움직이다 멈추었다.
그리고는 사내의 얼굴을 빤히 보던 시선을 거두고 손거울을 보며
얼굴을 살폈다. 급하게 화장한 것치고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마담은 손거울을 집어넣었다.
마담이 고개를 돌리자 희미하게 입가를 약간 올린 사내의 눈과
마주쳤다. 사내는 굵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아직 그대로군.
-첫마디를 그렇게 시작하다니, 예전보다는 부드러워졌네.
-언제 이 곳으로 옮겼지?
-반 년쯤 됐어.
여기 있는 것은 어떻게 알았어?
-데즈가 이야기해주더군.
-아..
-내가 자주 안찾아주니까 토라져서 옮겼나했지.
마담은 짧은 파이프에 담배를 채워넣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맨날 밤에 깨서 생활 하다가 갑자기 낮에 일어나니까
정신머리 사나워.
못하는 농 던지지 말고 용건이나 말해.
사내는 힘없이 웃으며 옆의 성냥통에서 성냥개비를 꺼내어 마담
이 입에 문 담배 파이프에 불을 붙여주었다.
마담은 그에게 담배를 권하지 않았다. 그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묻고 싶은게 있어서 왔어.
-그렇겠지. 언제 마음 편하게 찾아온 적 있어.
마담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내의 용건은 언제나 까다롭다.
그렇다고 사내의 말을 안들어줄 수도 없는 것이다.
악연이다.
*
20여년 전의 어느날 밤이었다.
전투를 치르고 귀환한 병사와 용병들이 그가 있는 환락가로 일제
히 쏟아지듯 몰려왔다.
하지만 피오죠는 그날따라 손님이 잡히지 않았다. 한시간 정도
손님이 없자 포기한 그는 바람이나 쐴 겸 환락가 구석의 골목으
로 향했다.
골목을 지나 한참을 걷다가 다시 돌아가기 위해 환락가와 이어진
좁은 통로로 들어선 그의 눈에 빛이 차단된 한구석에 서있는 진
한 그림자가 보였다.
옆으로 다가가자 갑옷의 윤곽이 보였다.
동료들과 따로 떨어진 용병이라고 생각한 피오죠는 침을 삼켜 목
소리를 가다듬고 다가가며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이런 곳에 서 계세요?
피오죠의 말에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끝마치고 나오신 거예요?
-..
-그건 아닌가보군요.
그렇다면 왜? 여자를 싫어하시나?
-..
-특이한 경험은 어때요?
여자도 남자도 아닌..
피오죠는 말하면서 그에게 팔짱을 끼었다.
순간 피오죠의 암보라색 눈은 어둠을 뚫고 무수한 상처가 있는
짐승의 얼굴을 보았다.
피오죠는 놀라 떨면서 팔을 황급히 빼고 뒤로 물러섰다.
-어서 꺼져.
어둠 속에서 굵은 목소리가 낮게 말했다.
피오죠는 숨을 몰아쉬었다. 피오죠는 몸을 피하려 했지만 암보라
빛 어둠이 깊게 맺힌 눈이 그것을 거부했다.
-애비랑 흘레붙은 짐승아.
그렇게 어두운 곳에 숨어있는다고
추잡한 네 그림자가 가려질 줄 알았니?
하하.
피오죠의 목에서 나온 또다른 목소리를 듣자 사내는 어둠 속에서
눈을 번뜩였다.
-그렇게 그림자에 숨어서 눈알만 굴린다고
너의 죄를 아무도 못볼 것 같니?
어리석구나. 어리석어.
언제 어디서건 나는 너를 볼 수 있단다.
사내의 억센 손이 피오죠의 턱을 잡았다. 사내의 다른 손에서 차
가운 푸른 빛이 반짝였다.
-다시 말해봐.
피오죠의 목에 차갑고 날카로운 것이 닿았다.
좁은 골목에 있는 것은 둘뿐이었다.
-내가 죽는다고 너의 피가 씻어질 것 같니?
불에서 태어나 피로 사라질 짐승아.
앞에도 어둠 뿐이니 가엾구나. 가엾어라.
피오죠의 목에 닿은 칼이 떨렸다.
사내는 피오죠의 코 앞에 얼굴을 대고 눈을 마주 보았다.
골목은 바람 한점 없이 고요했다.
이윽고, 사내는 칼을 치웠다.
사내의 떨리는 목소리가 물었다.
-나를 어떻게 알고 있지?
피오죠는 숨을 감았다가 떴다.
어둠에 완전히 익은 눈에 사내의 갸름한 얼굴이 보였다.
피오죠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한 말..잊을 수 있죠?
-잊으라고..
-사람들이 언제나 알고 싶어하지만
절대 알아서 안되는 것이 있죠.
절대 들어서도 안되는 것.
사내는 말이 없었다.
-이것 좀 놓아줘요.
피오죠의 턱을 잡고 잇던 손이 치워졌다.
피오죠는 등을 손으로 털어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앞의 사내를 다시 보았다.
-잊으세요.
피오죠는 그를 비켜 골목을 벗어나기 위해 걸었다.
뒤에서 쫓아오는 사내의 걸음이 들렸다. 피오죠는 더 빨리 걸을
까했지만 곧 사내의 소리가 사라졌다.
하지만, 피오죠가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등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잡았다.
피오죠는 한숨을 내쉬고 뒤로 돌았다.
-나랑 이야기 좀 할 수 있어?
-어머, 손님. 급하기도 하셔라.
밤은 길다구요.
피오죠는 사내의 허리에 감기듯 안겼다. 문 옆에 서있던 창녀가
사내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뿜었다. 그 다음에야 사내의 얼굴에
난 흉칙한 상처를 보았는지 뒤로 살짝 물러섰다.
피오죠에게 끌려들어가듯 입장하며 사내는 작게 말했다.
-잘 생각은 없어.
-마음대로. 돈만 주면 돼요.
대신 많은 이야기도 바라면 안돼요.
피오죠는 후회했다.
하지만 이것도 인연이라면 할 수 없는 것이다.
*
수면 부족으로 흐릿한 머릿 속은 정리되지 않았다.
마담은 눈꼬리를 치켜세우며 사내에게 말했다.
-복채는 많이 가져왔어?
-..
-여전히 가난하군.
마담은 입가를 이죽이며 카운터 표면을 길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톡톡 두들겼다.
희뿌연 담배 연기 사이로 마담의 어두운 보라색 눈이 사내를 바
라보고 있었다. 생기조차 어둠에 잠식당한 듯한 늪같은 그의 눈
은 신들의 비밀조차 꿰뚫어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것도 말할 수 없다.
모든 것을 보면서 말할 수 없는 눈. 마담의 눈은 사내에게 웃음
을 날렸다. 그 다음 순간 보라색 늪은 차가운 광채를 한줄기 뱉
었다. 마담이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젊은 여성의 날카롭고 섬
뜩한 목소리였다.
-하하! 아직도 헤매고 있니? 멍청한 짐승아.
어차피 네 운명은 그 때 정해진 거야.
애비의 몸하고 붙어먹고 애미 혼하고 붙어
먹은 주제에 새끼를 키우겠다고 하니
노여움을 산거야.
그래야 자연의 이치가 맞는 법이지.
-뭐라고!
사내는 성난 어조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담은 잔인한 얼굴로
담배를 한 모금 빨아 연기를 날렸다. 연기가 걷힌 뒤 보이는 그
의 눈은 어느새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사내는 손톱을 애꿎은
손바닥에 박아넣으며 참았다. 마담은 눈꼬리로 사내를 보며 측은
함의 미소를 지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마담은 사내를 다시 흘끗보고는 담배를 한모금 깊게 빨아들였다.
그리고는 숨을 멈춘 듯 연기를 토하지 않고 자신의 어깨에 두른
낡은 레이스 숄 속에서 역시 낡은 카드 한벌을 꺼냈다.
그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알고 있는 사내는 모든 움직임을 멈추
었다. 그를 앞에 두고 마담은 눈을 감은 채 날랜 손놀림으로 카
드를 모으고 펼치기를 반복하다 한장을 뽑아냈다.
사내에게는 카드의 뒷면 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담은 눈을 뜨고
암보라색 거대한 늪으로 빨아들일 듯 카드를 바라보았다.
마담은 깊게 들이마셨던 담배연기를 토하고 사내에게 물었다.
-진실이 알고 싶은 거지?
-언제나 같은 질문이군.
-언제나 대답도 같은 거지?
-물론..
마담은 사내의 눈을 바라보았다.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자, 그 눈 너머의 진실.
사람들도, 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 대륙 변두리 한 구석에서
남성과 여성의 상징을 모두 가진, 저주받은 보라색 눈을 소유한
자는 가만히 앉아 사람들에게 묻어오는 대륙 각지의 엄청난 정보
를 모으고 있었다. 그 정보는 흐트러진 모자이크 파편처럼 제각
각이고 왜곡되어 과장되며 상충하고 있지만 마담은 자신의 눈으
로 진위를 가려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었다.
신들이 수백 수천개로 찢어 갈라놓은 세상의 비밀을 모으는 마담
에게 사내 눈 너머에 있는 진실이 보였다.
하지만 말할 수 없다.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절대 알려주어서는 안된다.
모든 것을 알면서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는 것이 그의 운명이다.
잠시 그렇게 사내의 눈을 보던 마담은 나비의 날개를 접듯이 조
심스럽게 카드를 카운터에 엎고는 그 위에 두 손을 경건히 올려
놓고 눈을 감았다.
*
그날도 이런 한적한 낮 시간에 찾아왔었다.
-용하네.
두터운 모포에 싸여 사내의 품에 따뜻하게 안겨있는 아기를 차마
말도 못꺼내고 가만히 보던 피오죠 -이제 마담으로 통용되는 나
이와 위치가 된- 는 힘겹고 짧게 말했다.
-그나저나 이 곳에 왜 데려왔어?
나한테 자랑하려고 안고 온 건 아닐테고..
-누군가에게 들으니,
이 아이가 평범하지 않다더군.
-평범하지 않다..
피오죠는 담배를 옆에 내려놓은 뒤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아기
를 넘겨받아 안았다.
두터운 옷에 갑갑한 듯 낑낑거리며 아기는 눈을 이리저리 움직이
고 있었다.
진한 머리에 비교되는, 맑다기보다는 투명한 눈을 가지고 있다.
그 눈의 초점에 진한 암보라색 늪을 맞추어본 피오죠는 순간 호
흡을 멈추었다.
-그러면 그렇지.
피오죠의 입에서 나오는 또다른 목소리에 사내의 눈은 긴장했다.
-짐승이 아이를 낳았다길래 뭔가 했더니..
이런게 당연한게지.
암, 이치가 그럴 수가 없거든.
-닥쳐!
-휘이, 새끼 이쁜 줄은 아는가 보구나.
그래도 이 모양인걸 누굴 탓하니?
다 네 업業이 쌓여서 이렇게 된걸.
-그러니까 찾아온거다.
날 비웃는 것은 좋지만 어떻게 좀 해달라구!
피오죠는 사내를 보았다. 모든 일이 마음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자와 어떻게든 그 운명에 저항하려는 자는 서로 말이
없었다.
피오죠는 사내에게 다시 아이를 넘겼다. 상처투성이의 거친 사내
가 조그만 아기를 보물인양 소중히 받아 꼭 껴안는 모습의 부조
화스러움은 피오죠의 입가에 작은 미소를 그렸다.
피오죠는 담배를 다시 들고 원래의 목소리로 말했다.
-호부護符가 될만한 것을 하나 주지.
하지만 그 이상은 어쩔 수 없어.
-부적이라고..효과는 있나?
-기다려.
피오죠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기다리라는 말만 남긴 채 안
으로 들어갔다.
사내는 아기를 바라보았다. 답답한 듯 움직이고는 있지만 보채지
않는, 착한 아가. 그 아기를 보는 사내의 표정은 이유모를 어둠
이 짙게 배어있었다.
피오죠는 다시 나왔다. 그의 손에는 조그만 보석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항상 아기의 몸에서 떼지 않도록 해.
목걸이나 팔찌같은 걸로 만들어주는게 편할거야.
-고마워.
-예쁜 아기군.
이건 공짜로 줄께.
가끔 데리고 와.
옷이라도 입히게 해줄테니.
언제나처럼 돌아갈 때의 사내는 묵묵했다.
이후 반년마다 오던 그의 발길이 일년에 한 번 정도로 뜸해지고
다시 그것보다 뜸해지던 어느날, 창백하게 굳은 얼굴로 지친 걸
음을 이끌어 들어오는 그를 보고 피오죠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군. 효과가 있기를 바랬는데..
*
차차 마담의 숨이 쌔근거렸다.
사내는 굳은 시선으로 마담을 가만히 보고 있을 뿐이었다.
사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었다.
마담의 닫힌 눈꺼풀 너머에서 침묵하는 눈은 시공을 뛰어넘는 권
능으로 저승의 문턱, 신과 운명의 비밀을 살피고 있었다.
무엇인가,
소리없는 소리로 부르는 무엇인가,
저항도 하지 못하고 힘없이 목이 졸리는 어린 새의 울음같은,
신과 운명의 비밀로 겹겹이 쌓인 장벽을 넘어 들려오는 소리.
가엾은 것.
가엾은 영혼이여.
하지만 그 소리는 네 아비에게 전할 수 없단다.
마담은 손으로 욱신거리는 눈두덩을 문질렀다. 그조차도 들여다
보아서는 안되는 비밀의 세계로 들어가서 돌아오지 못할뻔 했다.
마담은 눈을 떴다. 흰자위가 충혈되어 있었다.
눈에 띄게 어깨에 힘이 빠진 마담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다시 들고는 말했다.
-약 3개월 쯤 전에 헤라즈에서 갑자기 유행했던 노래가 있어.
그리고는 헛기침을 한번하고 운율을 실어 무엇인가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돌려보내줘. 집에 가고 싶어.
내 신은 한짝, 내 머리는 한타래.
돌려보내줘. 집에 가고 싶어.
너는 갈수 없어. 집에 갈수 없어.
네 발은 맨발, 네 머리는 몽당이.
너는 갈수 없어. 집에 갈수 없어.
그 노래를 들은 사내는 갑자기 어깨를 떨며 있는 힘을 다해 손을
움켜쥐었다. 사내는 목뼈가 부러진 듯이 고개를 숙인채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안간힘 썼다.
마담은 그런 그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모든 것을 잃기만 하고
찾지는 못하는 자의 운명. 하지만 그 운명을 향해 계속해서 덤비
고 다시 쓰러지는 자의 운명.
하지만 진실에 맞닥뜨리게 될 때 어떻게 할거지?
마담은 그를 동정하지는 않았다. 아니, 동정할 수 없었다.
마담의 운명이 자신의 것이든 그의 운명도 그의 것일 뿐이다.
카드를 거둔 마담은 가볍게 카운터를 두드려 사내의 주의를 끌었
다.
-고개 들어.
이제 계산할 시간이야.
복채는 은화로 서른 닢.
-..스무 닢으로 하지.
-여전히 가난하군. 서른 닢도 싸게 쳐준거야.
지난 번처럼 장부에 달아 놓을까?
외상에는 이자도 붙어.
-그렇게 하지.
마담은 죽기 전에 이 돈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미소지었다.
-벌써 가려구?
..다음에 만날 때는 표정이 밝아져 있길 바래.
사내는 일어섰다. 밖으로 나가는 그를 마담은 카운터에 가만히
서서 보고 있었다.
헤라즈에 간다해도 사내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대륙
의 모든 땅에 그의 족적足跡이 찍힌다해도 아무 것도 찾을 수 없
을 것이다.
희망조차 없이, 사내는 백골이 되지 않는 한 계속 그렇게 돌아다
닐 것이다.
그렇게 된다해도 마담은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다.
방관하는 것만이 그의 명命일지어니..
*
마담 피오죠에게는 여전히 많은 정보가 들려오고 있다. 대륙 한
곳에서는 대포 소리가 들려오고 다른 곳에서는 왕자가 생겼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하지만 노랫가락 하나에 의지하여 헤라즈로 떠
난 자에 대한 소식은 알 수 없었다.
마담은 자신의 가게 카운터 앞에 앉아 술을 한잔 따르고 담배를
채워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를 뿜으며 신점神占은 침묵했다.
너무 더운 날이다.
원작 : 황당무계 著, '광시곡狂詩曲 - 공통주제에 의한 변주 #03. 가시고기의 자장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