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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열리던 날 #2


“크아아아악!”


복부에 검이 쑤셔져 있다!? 박혀있는 검은 녀석이 한바퀴 휘저어 상처를 있는 힘껏 벌리고 있었다! 순간 눈앞이 흐려질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 왈칵 쏟아져 나오는 피를 억지로 삼켰다. 찝찔한 액체가 다시 목으로 느리게 흘러 내려갔다. 숨이 턱 막히는 큰 충격이지만, 이정도로 쓰러질 내가 아니다!


“젠장! 죽어랏!”


녀석은 한 번 더 검을 휘둘러 끝을 보려는 듯 하다. 건물을 부수는 한시의 주먹이 안면을 3회 이상 강타했다. 멀쩡할 리 없다. 특히 나는 다른 기술을 익힐 수 없을 정도로 ‘한시’중에서 가장 근력이 강하던 이가 아니던가? 그런 주먹 3회는 어지간한 건물의 한 층 정도를 파괴할 힘이 있다. 그런 것이 정확히 들어갔다. 나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은 타격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녀석도 서 있는데 내가 먼저 쓸러질 수야 없지!


“싫어 임마!”


외치며 녀석의 복부에 한방 날리고 휘둘러 찼다. 주저앉으며 다릴 들어 후리자 녀석은 높이 뛰고 검을 들어, 내려 꽂았다. 어깨를 돌려 피하고 올려 찼다. 칫, 피했나. 하지만 그걸로 끝이라 생각하시면 곤란하지! 올린 발을 내려찍으며 허릴 틀어 반대 발로 돌려차길 먹인다!


“아아아아아아악!!”


배가 아파 죽을 것 같아, 힘이 재대로 실리지 않아 멈칫한 순간 녀석의 검이 다릴 썰었다. 큭! 가까스로 완전히 썰려버리는 것을 막았지만.. 어지간히도 중상이다. 젠장. 이젠 발기술도 못쓰게 돼버렸네. 헤헷, 그래도 아직은 내 왼팔이 멀쩡히 살아 계시다 이놈아!

“캇!”


좋아! 맞췄다! 정확히 들어갔어! 이대로 쭉 간다! 왼 팔꿈치로 가슴팍을 꽂고 오른손을 펴 손바닥으로 한방 후려갈기고 비틀거리는 녀석의 얼굴에 박치기를 먹였다! 좋아 자세가 무너지기 시작했군. 이대로 열을 올려 마지막으로 간다! 내 모든 힘을 실어서 왼팔로 녀석을 으깨버리겠다! 왼팔을 들고 내려찍음과 동시에 녀석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다. 하지만 이젠 멈출 수 없어!


“으아, 으으으! 으아아아아악!”


제기랄! 팔이 잘렸어! 아파, 아파! 젠장! 너무 세게 씹어서 어금니가 부서졌나 보다. 피가 왈칵 솟아올라 욕지기를 내뱉었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이제 녀석을 상대할 방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짜증난다! 왼팔이 날아간 이상 오른팔만으로 싸워야 하지만 녀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크윽! 떨어진 왼팔을 잡고 오른팔을 휘둘러 그었다!


“크윽!”


그나마 형태를 보존하고 있었던 왼팔은 무참히 썰려 버렸지만 그래도 승산이 보인다! 온 힘을 다한 일격! 녀석의 방어도 조금쯤은 흐트러져 있었는지 녀석의 양 손목과 정강이뼈가 기이한 각도로 뒤틀렸다. 동생한테 방심하다니. 녀석이 한시라는 것을 애써 잊었었나 보다. 한시라면 내 ‘전력’을 다한 공격을 막을 수 있겠지. 물론 이젠 오른팔 밖에 남지 않았지만.


“마지막이다앗!”


녀석은 외치며 검 힐트 부분에 있는 무엇인가를 조작했다. 곧 검에서 김이 모락모락 솟아나더니 겉잡을 수 없이 뿜어져 나와 마치 안개 같은 공간을 조성했다.


“서, 설마······. 더 일레븐즈의 ‘새는개(동녘 안개비)’? 하지만 그건 분명 치우나래가 수호하고 있을 텐데?”


“물론 고작 ‘한시’의 말단 정도의 힘으로 더 일레븐즈를 건드릴 수야 있나? 이건 DT ‘화염모루와 대장장이의 고블린 하우스’에서 생산한 ‘양산형 부싯검’이다.  불을 붙이는 능력이 있지.”


우린 서로에게 상처를 숨기며 애써 담담히 말을 걸었다. 사실 녀석의 검의 종류가 궁금해서 물어본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내 만신창이의 상태를 녀석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형제간의 마지막 대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이렇게나마 서로에게 짬을 낸 것일지도 모른다. 잠시 대화가 끝난 이후 다시금 서로에게 이를 갈며 무기를 집어 들었다. 녀석의 검 -부싯검이라는 저 검- 은 이제 거의 깨져 가고 있다. 역대 한시 중에 가장 근력이 강하다 평해지는 내가 질러낸 일격이다. 그런 것을 맞고 멀쩡히 버티고 서있다면 오히려 내 쪽이 당혹스럽다.


어쨌든 저 검이 이렇게 모락모락 열을 발산하고 있는데 한방이라도 허용하는 날엔 내 쪽이  위험해 질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든다. 맞지 않고 때린다 - 라는 개념은 적어도 ‘한시’들 사이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일격이라도 허용하는 날엔 내가 가게 생겼으니 어쩌겠어? 일단 피하고 보는 밖에. 윽! 하마터면 맞을 뻔 했다!


흐으,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이젠 걷잡을 수 없어졌다. 더 이상 흘리면 전투 도중에 실신하는 우스운 촌극이 발생할 지도 모르겠으니 일단 지혈이라도 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안 되겠지? 사실 지금 가지고 있는 상처도 어지간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으면 쇼크로 죽겠지만, ‘한시’의 일원들은 다르다. 한시는 기본적으로 지구력이 일반인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자들을 일컫는 것이다!


“이제 정말 뒈져버렷!”

“그건 네놈이지!”


응수해 주며 주먹을 휘둘렀다. 녀석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내게 검을 휘둘러 왔다. 이대로라면 카운터를 박는다! 하지만 녀석의 양 팔과 다리는 이미 멀쩡한 몸이라 부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 한방에 꽂힌다면 일어 날 수 없을 것이다!


치이이익!


하지만 녀석의 검엔 엄청난 고열이 들끓고 있었다. 아. 그걸 깜빡 했네. 아무래도 검이 주먹보단 빠르게 나가는 모양이다. 검으로 한방 후려 맞으니 가슴팍이 파박 하고 타올랐다. 하지만 녀석도 멀쩡하진 않다. 녀석의 머리에 정확히 박힌 내 주먹은, 이래봬도 필사의 일격이었다. 어차피 이정도 부상을 입고선 오래 살긴 글렀으니 네 녀석이라도 같이 가자. 라는 느낌으로 휘둘러 낸 이 한 방은 오늘 내가 휘두른 주먹 중에 가장 강력한 일격인 것이다. 녀석은 그걸 얻어맞고는 검을 놓쳐버린 체 완전히 침묵했다. 아마 녀석도 한계에서 싸우고 있었을 것이다. 검이 가슴에 박히는 것을 본 순간 긴장을 풀었겠지.


“하아....”


배가 썰린 부분이 아무래도 심상찮다. 배가 정말 미친 듯이 아파서 내려다보려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시계가 반전했다.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땅바닥에 쓰러졌다. 감각이 없는 전신을 무시한 체로 눈 내리는 하늘을 하염없이 올려다보고만 있다. 다리를 이용해 일어나 보려 했지만 하반신은 아무래도 움직여 줄 것 같지 않다.


-징글벨, 징글벨~-


이 골목 너머, 저 멀리 어딘가에서 흥겨운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고 있다. 나 참. 크리스마스에 이 꼴이라니. 아직도 녀석을 절명시킨 주먹의 감각이 미치도록 슬프다. 우린 왜 이렇게 됐을까? 하늘에 내린 눈이 눈가에 내려 앉아 녹아 흘러내리고 있다... 녀석을 용서해 줄 순 없다. 저 녀석은 외세를 이용해 가문의 일원들을 죽인 배신자인 것이다. ‘한시’로써 그런 녀석은 분명 살려줄 수 없다. 하지만, 녀석의 형으로써의 나는··· 내 동생을 죽여버린 것이다.


녀석의 입에선 입김이 나오지 않는다. 하긴, 확실히 신체 조직이 죽어가는 감각이 주먹 끝에서 확 느껴졌으니, 확실히 죽은 것 같긴 하다. 양 주먹에 힘을 주고 녀석에게 기어갔다. 녀석의 주변에 꽂혀 있는 검을 들어 몸에 꽂아 넣어 주었다. 엄청난 속도로 몸이 녹더니 이윽고 불에 휩싸였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몸이 녹아 없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맹렬한 속도로 타들어 가고 있다. 그 허무한 불꽃을 바라보니 정말··· 정말 감정을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눈을 돌려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젠 지쳤다. 목에서는 섹섹 거리는 이상한 소리만 나고 있고, 온 몸은 이제 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정도로 차갑다. 더불어 전신에 감각이 사라져 차가움과 뜨거움, 고통 따위가 느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눈가에 계속해서 눈이 쌓여 녹아가고 있다.


“!!”


---

 

다음 편이 하늘이 열리던 날의 결말입니다. 물론 폭풍전야라는 장에선 하늘이 열리던 날이 가지는 비중이 무척.. 작은 편이지만 말이죠.

 

그나저나 하늘이 열리던 날이 끝난 후 원래라면 제회를 올리려 했습니다만.. 조금 많이 지지부진한 면이 있어서 한번 수정합니다. 날이 조금 지난 후에 올릴게요.

 

-GaWa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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