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나무 숲', '모래선혈'로 접하게 된 하지은 작가의 신작 '보이드씨의 기묘한 저택'은 보이드씨의 저택에서 일어나는 기기묘묘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청년 라벨과 각층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무심코 빌었던 소원은 과연 자신이 진정 바라고 있었던 것들이었을까.
얼음나무 숲과 모래선혈에서 보여지듯이 본작 또한 숨겨져있던 진실이 점점 밝혀지면서 끝으로 치닫게 되는 소설이다. 7층 저택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일들과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청년 라벨과 탐미 공작, 바퀴벌레 공작으로 불리는 마라 공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데, 왜 라벨이 영원과도 같은 삶을 살아가면서 타인의 소원을 들어주고 있는지, 탐미 공작이 왜 소원의 결과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지는 아직 베일에 쌓여 있다. 물론 전개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단서들이 하나 둘 씩 흘러나오는 중이지만 그 결말이 평범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전 작들이 그러하였듯이.
각층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들이 무심코 라벨에게 털어놓았던 소원들이 실제로 이뤄지면서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현재의 삶과 과거의 행적, 그리고 앞으로 바라는 것들이 구체화되어 나타난 그들의 소원은 과연 그 소원을 빌었던 것이 진정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봐야 한다. 그들 자신들이 원해서 빌었던 소원들은 모두 예기치 않았던 결과를 가지고 왔고, 그 결과는 결코 그들 자신이 바랐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소원을 가지고 있다. '내일은 돈벼락을 맞아봤으면'처럼 허황된 소원부터 '자식이 공부 좀 잘 했으면'하는 소박한 부모의 마음처럼 모두 크고 작은 소원 한 두개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갑자기 이루어지게 되었을 때 소원을 빌었던 주체들은 과연 무엇을 잃게 되는 것일까. 넉넉하진 않았지만 행복한 삶을 살았던 이에게는 갑작스런 많은 재물은 잔잔하고 행복했던 삶을 박살내는 폭탄과 같을 것이고, 누군가와의 사랑이 이뤄지길 원했지만 억지로 이어진 그 사랑이 진정한 자신의 사랑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인가. 삶이란 대가를 치르지 못하고, 소원이란 도구로 얻게 된 대가는 과연 자신의 삶에 어떤 대가를 요구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지 소원에 의해 발생하는 반대급부로만 이 글을 다루기엔 등장인물들은 너무 매력적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삶 이상의 것을 살아가는 청년 라벨. 독특하고도 기괴한 취향의 마라 공작과 각층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가지각색의 모습은 독자에게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전개에 대한 부분을 매력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서로 다른 직업과 살아온 환경을 가진 사람들이 바라는 소원과 그것이 불러온 것은 희비가 교차하는 결과이다.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르듯 강렬하게 서로의 색을 발하는 등장인물들은 때로는 절망적으로, 때로는 행복하게 글을 이끌어 나간다. 그러나 '공허 Void'의 이름을 지닌 집주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유일하게 현재까지 노출되지 않았던 보이드 씨가 앞으로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