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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째서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 소원만 비는 걸까요?
왜 누구도 순수하게 가장 행복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죠?"
그건 아마, 사람들이 별로 강하지 않기 때문일 거예요.
누구나 기대가 무너짐으로써 얻게 되는 상처를 두려워해요.
그래서 미리 자신을 최악으로 몰아넣어보는 건지도 모르죠.
어떤 결과가 있든 그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러면 안도할 수 있으니까.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연재분 中



흔히들 지니의 램프처럼 누가 소원을 빌어준다면, 난 돈을 달라고 할거야. 누군가 얘기한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는 얘기지만 어렸을 때 어려운 처지의 이에게 누군가 불쑥 나타나 소원을 준다는 동화를 보고나서, '아 저걸 왜 저렇게 비나.', '정말 이해가 안 된다. 나라면 훨씬 쉽게 돈을 달라고 할텐데.'라고(어렸을 때도 흑심이 깊었다) 생각한 적이 있었다. 소시지를 많이 먹고 싶으면 소시지를 더 달라고 하지 말고 돈을 더 달라고 하지, 그럼 그 돈으로 소시지를 많이 사면 되지 않는가? 당시에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보이드 씨의 저택을 읽은 지금은 그저 씁쓸한 웃음만 지을 뿐이다. 그렇다, 사실 그것은 인간의 습성이었기 때문이다.

롤랑 가에는 아치형 7층짜리로 된 저택이 있다. 주인의 이름은 보이드씨지만 한번도 얼굴을 보인 적이 없다.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은 이 저택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한 이야기이다. 1층의 박제사 스타프, 2층의 시인 단트, 3층의 옥외하인 아돌프 이렇게 7층까지 각 층마다 한 사람의 이야기로, 같은 저택에 사는 라벨이 절박한 상황의 그들에게 소원을 이루어준다. 하지만 라벨에게 소원을 빈 사람들은 오해와 오해에 섞이고, 욕망에 사로잡히고, 사랑에 빠져 어이없는 소원을 내밀고, 그리고 그 결과에 절망을 하게 되는데...

위에 내가 연재분을 가져온 대화들 처럼, 사람들은 어째서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소원을 비는 걸까. 그 해답은 바로 그 아래에 나와있지만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것은 사람들의 충동적인 살인과 같다. 어찌보면 비유가 이상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내가 어렸을 때 읽은 동화에서,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의 행동패턴은 이랬었다. 뭐? 소원을 들어준다고? 그래? 그럼 이걸 들어... 아니지. 딱 한번 뿐이니까 더 생각해볼래. 그리고 아주, 정말 아주 아주 사소한 일에 방방 뛰고선 소원을 빈다. XX를 죽여줘. 그리고 결과에 좌절한다. 얼마 전 뉴스에, 한 가정의 엄마가 자고 있는 아들을 창밖으로 던져 죽였다고 한다. 그 이유가, 학원을 안 가고 잠이나 자는 아들이 미워서 그랬다던데. 보통 이런 걸 '충동적인 살인'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이에 대한 법의 대한 형량도 보통보단 적게 주는 편인데, 소원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적어도 기묘한 저택에서 라벨이 들어주는 소원에 바람을 비는 사람들은 저런 충동살인과 같은 유형이 많다. 그래서 느낀달까. 인간이라는 동물의 어리석음을 말이다.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에는 정말 기묘하다는 말 그대로 수수께끼가 많다고 생각한다. 도무지 누군지 윤곽선만 그려지고 그 정체를 모르겠는 마라공작. 제목에도 나와있으면서 한번도 출연하지 않은 보이드씨. 스타프에 의해 만들어진 수수께끼의 인형 루이제. 그리고 사람들의 소원들을 왜, 어떻게 들어주는 지 모르겠는 라벨. 이런 이들의 관계를 풀어보면 재밌는 고리가 나온다. 먼저, 라벨이 소원을 들어주면, 거기서 대가가 나온다. 그리고 그 대가는 마라공작의 손에 들어간다. 또 다시 라벨이 소원을 들어주고, 또 다시 사람들이 두고가는 대가를 마라공작이 회수한다. 그리고 마라공작은 보이드 씨의 절친이며, 소원을 들어주는 라벨은 바로 그 보이드 씨의 저택에 산다. 하나 하나 꼬리에 꼬리를 물지 않는가? 정말 올해에 만난 소설 중에 '궁금증'을 자극하는 소설로는 최고인 것 같다. 만약 종이책으로 봤다면 그 궁금함과 끊을 수 없는 묘한 맛때문에, 난 아직 들어보기만 했던 '책을 편 자리에서 모두 읽어버리기'를 하지 않았을까. 인터넷 연재로 보니 이 괴로움이 더 컸다. 장르는 판타지이면서도 '미스터리'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이 있다. 그건 어찌보면 정말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라벨은 얼핏 보면 소원을 들어주는 착한 천사로 표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소원이 공짜는 아니다. 소원을 들어주면 대가를 사람이 두고 간다. 물론, 그 대가는 물질적으로 엄청난 것이 아니다. 초록색 지폐 뭉치라던가, 금덩이. 이런 것이 대가로 나오지는 않는다. 단지, 그 사람이 소중히 여기던 것, 혹은 그 사람의 전부. 이런 걸 가져간다. 사람들은 소원을 빌지만,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이 빼앗기는 것을 모른다. 고뇌하고 또 고뇌하며 마침내 소원을 빌지만, 그 소원을 빈 결과는......

분위기가 참 독특하다. 삽화가 그 분위기와 많이 맞다고 생각된다. 암울하면서 발랄한 모습. 그리고 마치 누군가 살인의 장면을 보는 듯한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기. 읽다보면 어느새 글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손에 땀을 쥐게 된다. 빈말로가 아니라, 정말로. 모든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살이 찢기는 장면을 보여주고,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장면이 아무런 일도 아니란 듯이 전개되고, 끝 없는 반전까지. 잔인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심지어 개그가 가끔 보이고 유머도 보인다. 살인자가 웃으면서 사람을 베는 모습. 그런 걸 광기에 미쳐있다고 하던가? 그런 분위기이다. 광기에 미친, 열광하는 인간들. 그런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분위기.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의 또 하나의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난 어렸을 때 누군가 소원을 이뤄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것 같다. 하지만 그것들의 결과는 둘이었다. 행복해지거나, 비참해지거나. 그로써 깨달은 것이, 누구나 생각하듯이 하늘에서 돈이 내려왔으면, 돈벼락이나 맞았으면. 이런 걸 빌지말고, 만약 누가 내게 소원을 빌어준다면 나는 욕심 없이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행복해지는 것을 빌어야 하지 않는가 싶다. 너무 많은 걸 원하면, 사람은 파멸하기 마련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다 두 마리 다 놓쳐버린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런 사람도 있다. 늘 학원에서 조용히 있는 아이인데, 휴대폰으로 전화를 받고 그 전화에 너무 기뻐한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 나서 하는 말이, "선생님. 저요 방금 학교 담임선생님이 무지 밝은 목소리로 "잘 지내니? XX야?"라고 '먼저' 전화 해주셨어요!".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겨우 저거 가지고 저렇게 기뻐하고 날뛰나 싶겠지만, 과연 그럴까?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곤 하지만, 누구나 기뻐하는 것은 대체로 같다. 저 아이의 말에 빌미를 두어, "모든 사람이 나에게 자주 말을 걸고, 말을 할 때 행복한 웃음소리를 냈으면 좋겠다."라고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쁘고, 기쁜. 웃음소리만 가득한 소원. 욕망이 하나도 없는 그런 소원. 빌어도 나 자신이 비참해지지 않아지는, 오히려 행복해지는 소원. 보이드 씨를 읽고 소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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