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안 왕국은 2개의 제국-서쪽으로는 카로토난 제국, 동쪽으로는 소스윤 제국-을 사이에 두고 있다. 양 옆에 제국을 사이에 둔 카세
안 왕국은 위치적으로 제국의 공격목표감이 되기 싶지만 제 4대 왕국이라 불리는 왕국 중 하나였다.
카로토난 제국력 카트나 593년, 이 시기에는 크게 2개의 제국과 4개의 왕국이 존재했다. 제 4대 왕국 외에도 꽤 많은 왕국들이 있긴
하지만 규모가 작으므로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동쪽과 서쪽을 점령하고 있는 2개의 제국. 서쪽에는 카로토난 제국이 있었고 동쪽에
는 소스윤 제국이 있었다.
카로토난 제국은 군사력이 뛰어나 직업 군인들이나 용병들이 많이 몰리는 제국이었다. 카로토난 제국은 그 뛰어난 군사력으로 주변
의 자잘한 왕국들로부터 조공을 받고 있었다. 카로토난은 가장 단순한 독재체제의 국가였다. 고로 카로토난의 왕, 하심 카로토는 갓
난아이도 알 정도였다. 그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의 말 한 마디면 단 몇 시간 만에 작은 왕국 하나쯤은 잿더미로 만드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동쪽의 소스윤 제국은 경제력과 무역이 뛰어난 국가였다. 특히 광산이나 보석이 많아서 보석의 나라라고도 불렸다. 경제력이 높으니
국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 문화 활동이 뛰어난 국가이기도 했다. 해마다 많은 예술가들이 배출되는 제국이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는 대부분 소스윤 제국에서 개최되고는 했다. 소스윤 제국은 다른 왕국으로부터 조공은 받지 않지만 여러 국가들과 무역
을 하며 무역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었다.
제 4대 왕국이라 불리는 미노우, 라돈, 이도카, 카세안 왕국은 또한 각자 고유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가장 북쪽의 위치한 이도카 왕국
은 카세안 왕국의 퀘센이라는 도시 하나만 인접해있었다. 고로 카세안 왕국과 가장 멀리 떨어진 왕국이었다. 이 왕국은 신기하게도
마법이 많이 발달한 나라라서 카로토난 제국과 소스윤 제국이 탐내는 왕국 중 하나였다. 두 제국이 오래전부터 이 왕국을 자신의 속
국으로 만들고 싶어했지만 그 화려한 마법이 이 왕국을 지켜주고 있었다. 게다가 보안이 철저한 나라라서 다들 이도카 왕국의 세세
한 속사정을 알기는 힘들었다.
카세안 왕국에서 데칸 산맥하나를 건넌 북동쪽에는 라돈 왕국이 있었다. 이 왕국은 사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종교에 의해 서로
완벽하게 뭉쳐진 나라였다. 이들은 신의 이름으로 국가를 세웠고 국가를 이끌어 나갔다. 왕 역시 교황과 의논하여 나랏일을 정하곤
했다. 주로 라돈 왕국의 교황은 대대로 라돈 왕실의 차남이 되곤 했다. 이들은 선택받은 자로써 어릴 때부터 그 호칭을 가졌다. 국민
들은 해마다 신에게 축복받기 위해 많은 곡물과 짐승, 돈을 왕실에 내곤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삶은 크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카세안 왕국으로부터 남쪽으로 내려가면 홍화해라는 이름의 바다가 있다. 이 바다 건너에는 미노우 왕국이 있었다. 미노우 왕국은
신기하게도 지리적으로 카세안 왕국과는 바다 건너 사이지만 소스윤 왕국과는 대륙으로 이어져 있었다. 미노우 왕국은 소스윤 왕국
과 함께 무역시장을 흔들고 있었다. 그만큼 경제력이 받쳐주는 나라였다. 특히 이 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여러 야채나 과일이 풍부
한 나라였다. 그래서 많은 미식가들이 여행하고 싶은 나라 1순위이기도 했다.
카세안 왕국은 지도상으로 가장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였다. 카세안 왕국이 당당하게 4대 왕국 안에 들 수 있었던 이유는 지식
이었다. 카세안 왕국은 방대한 양의 지식모음집이었다. 다른 나라들이 군사력이나 경제력에 힘을 쏟을 때 카세안 왕국은 지식 즉, 지
적 능력에 힘을 쏟았다. 그래서 적은 군사력으로도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었고 다른 나라에 대한 경쟁력도 높일 수 있었다. 그리고 카
세안에는 왕궁 소유의 정보기관(카세안 인포스)이 있었는데 여러 정보를 모아 처리하는 기관으로 많은 나라들이 카세안 왕국에 돈
을 내고 카세안 인포스의 정보를 얻어 갔다. 카세안 인포스는 사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쿠네온 왕의 전대, 즉 쿠네온 왕의 아
버지인 테큰 왕이 설립한 기관이었다. 따라서 쿠네온 왕은 이 기관이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러려면 그는
군사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켈리. 안 갈 거야?”
“젠, 제발. 나 안 간다니까? 나 그런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
“그래도 이건 쿠네온 왕께서 직접 연 파티야. 가야돼.”
“……꼭 가야돼?”
젠은 켈리를 설득하는 중이었다. 얼굴도 이만하면 빠지지 않고 몸매 역시 환상적이 그녀가 왜 이렇게 파티를 싫어하는 걸까. 젠은 한
숨이 나왔다. 벌써 1시간째의 실랑이였다. 젠은 나가자고 하고, 켈리는 안 간다고 하고. 젠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옆에는 옅
은 물빛의, 켈리의 머리색과 잘 어울리는 색의 드레스가 있었다. 켈리가 레이스 달린 화려한 드레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심플한 디
자인의 드레스를 친히 골라왔는데도 불구하고 켈리는 자꾸 안 간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금쯤이면 이미 파티는 시작됐을 터였다.
“켈리. 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억지로 끌고 나갈 거야.”
“뭣?!”
“진심이야.”
켈리는 젠을 보았다.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아니, 젠이라면 그녀를 어깨에 들쳐 메고 파티에 갈 만했다. 젠은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
는 켈리가 파티를 더 즐기길 원하니까 말이다.
“하아……. 알았어. 갈게. 옷 갈아입어야 하니 나가줘.”
켈리의 체념한 목소리를 들은 젠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젠이 나가고 나서 켈리는 드레스를 들어
올렸다. 아마 입으면 켈리의 아름다운 몸매를 분명하게 보여줄 드레스였다. 켈리는 드레스를 보다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가방을 뒤
졌다. 한참 뒤적이던 그녀는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다시 침대 끄트머리에 앉았다. 그녀는 드레스에 어울릴 푸른색 사파이어 귀걸이
를 찾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귀걸이는 한 쪽 밖에 없었다.
‘대체 어디서 떨어뜨린 거야. 룬이 처음 나스 가문에 들어올 때 나에게 선물했던 귀걸이인데.’
켈리는 잠시 생각해보다가 그냥 포기하고 밖으로 나갔다. 젠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잘 어울려.”
한편 칸은 일찍이 파티에 와 있었다. 이유인즉슨, 휜이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는 여성들에게 가 보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칸을 끌고 나
와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늘 그랬듯 칸을 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제길.”
칸은 휜을 생각하자 불쾌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파티가 끝나고 흠씬 두들겨 패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칸은 시간이 지날수
록 조금씩 실망감이 밀려왔다. 자신이 보고싶은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였다. 바로 켈리.
‘분명 드레스를 입고 나와 있을 터인데. 연회장은 왜 이리 넓은 거야.’
칸은 연신 고개를 돌리며 켈리를 찾았다. 몇몇 나스 가문 사람들이 보이긴 했지만 켈리는 보이지 않았다.
‘어라. 그러고 보니 젠인가 하는 그 놈도 안보이잖아?’
칸은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쩔 수 없는 불순한 상상을 지워버리려고 애쓰며 연회장 안을 헤맸다.
사라락.
연회장이 잠시 조용해 졌다. 다른 이의 눈에는 어찌 보였을지 모르겠으나 칸의 눈에는 어디선가 빛이 나는가 싶더니 거기에 켈리가
있었다. 옅은 물빛의 드레스가 켈리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켈리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부드러운 몸의 곡선들이 춤
을 추었다.
‘아름다워…….’
칸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다른 이들도 역시 그러할 것이었다. 그러나 곧 켈리의 옆에 서있는 누군가 때문에 얼굴이 구겨지고 말았다.
적색 눈. 아까 낮에 자신에게 고압적으로 말했던 사내. 젠이라고 했던가.
‘마음에 안 들어. 제길.’
젠은 화사하게 웃고 있었으나 칸의 눈에는 사악한 악마의 미소로 왜곡되어 보였다. 켈리가 칸을 흘끗 보았다. 그리고는 무심하게 스
윽 지나가 버렸다. 곧이어 젠이 칸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그 역시 무심하게 지나가는 듯 했으나 곧 한쪽 입 꼬리만 슬쩍 올린 불쾌한
미소를 칸에게 지어 보였다. 칸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이 좁혀지는 것을 느꼈다.
‘젠장. 저 자식 즐기고 있어!’
켈리와 젠이 지나가고 나자 연회장은 곧 시끌시끌해졌다.
“휘유우~”
“뭐, 뭐야?”
칸은 고개를 휙 돌렸다. 휜이었다. 백색의 은발과 잘 어울리는 흰색연미복을 입은 그는 늘 그렇듯 능글맞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그리
고 그 옆에는 웨이브 진 금발을 늘어뜨린 미녀가 서 있었다.
“나의 가엾은 동생아, 혼자 청승맞게 뭐하는 거야?”
“하아. 신경 쓰지 말고 저리가시죠.”
“후훗, 아까 보니 나스가의 아름다운 레이디가 지나가시던데?
“나도 알아.”
“근데 그 옆에 꽤 잘생긴 미남자가 있던데.”
“……”
“하아. 기구한 운명이로군. 평생 홀아비로 살 줄 알았다가 이제 겨우 맘에 드는 여자 생기나 했더니 비교도 안 될 만큼 멋진 라이벌이
있고 말이야. 쯧.”
“형한테 그런 말 들을 이유 없어. 저리가!”
칸의 날카로운 짜증에도 불구하고 휜과 그 옆의 금발 미녀는 후후후후 하는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휜을 피해 거칠게 앞으로 걸어가
던 칸은 시종이 들고 있던 쟁반위의 호박색 술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켈리는 그냥 같은 가의 오빠라고 했다. 즉, 켈리는 그에게
별 관심이 없다. 그렇게 소소한 위로를 하며 언짢은 마음을 달래려는 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