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장창
그들의 뒤쪽 식당으로 보이는 곳에 창문이 깨지며 커다란 물체가 집안으로 들어온다.
-푸슉. 푸슉.
김빠지는 소리를 내며 당황한 그들에게서 쏘아진 총알이 그 물체를 따라 땅에 박힌다. 하지만 그 물체가 지나간 자리를 헛되이 때리며 바닥만을 부술 뿐이다. 어느새 그 물체는 벽 쪽에 바짝 붙어 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건 뭐야.”
덩치 큰 사내가 더욱 당황하며 소리치고는 애꿎은 벽 쪽에 총을 쏘아 된다. 이미 엄폐를 마친 가람을 맞추기엔 힘들다.
-푸슉
[파삭]
화분이 날고
-푸슉
[푸확]
싱크대에서 물이 튀어 오르고
-푸슉
[투둑]
식당 벽에 붙어 있게 설계된 아일랜드 식탁의 한 쪽 다리가 분질러지며 기울어지지만 연약하게 벽에 기대어 간신히 넘어지는 것을 모면한다. 집안이 온통 지옥도를 그린다. 쓰러지려는 식탁만큼이나 가람의 상황도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무턱대고 달려들었으니 무기가 있을 리 만무했다. 두발의 총알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주변을 스쳐갔다. 그의 눈이 주변을 본능처럼 탐색한다. 그러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쪽 문이 부서져 반쯤 열린 싱크대위의 식칼들 하지만 거리가 가깝지 않다. 가람은 최대한 사격의 사각지대에 머물며 머리를 굴린다.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자신의 가족이 위험하다. 자신에게 시선을 돌려놓긴 했지만 뭔가 이상했다. 이정도의 소란이라면 보통의 강도들은 도망을 갔어야 한다.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그 때 탄창을 가는 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가람은 자신 앞쪽에 한쪽 다리가 부러져 간신히 서있는 식탁의 말짱한 한쪽 다리를 거세게 찬다.
-우당탕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식탁이 넘어가고
-푸슉
[콰 장 창]
다른 한명이 날린 총탄이 식탁을 때리며 헛되이 식탁위에 있던 유리와 석고타일을 터지게 한다. 유리는 땅에 떨어지며 더욱 요란하게 깨어진다. 이쯤 되면 동내사람들이 나올 만도 하건만 다른 집들보다 떨어져 있는 이 집에는 누구도 오지 않는다. 게다가 이 소리를 누군가 들었다 해도 올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었다.
가람은 떨어지는 유리파편을 점퍼로 막으며 손이 갈라지는 것도 잊은 채 제법 큰 유리조각을 집어 들어 강도들이 반대편에 있을 법한 현관 쪽 근접한 벽으로 힘껏 던진다. 그 부근에서 총을 갈기던 둘에게는 날벼락이었다. 그리 위협적이라곤 할 수 없지만 다시 깨어져 나가며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파편을 피하든 막아야 했다. 몸에 박혀들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눈은 보호해야 했다. 가람으로써는 드디어 반격할 여지를 찾은 것이다.
“젠장”
-탕. 탕. 탕
얼마나 기분이 안 좋았는지 덩치 큰 사내가 소음기가 달려 있던 총의 탄창을 다 쓰자 뒤 주머니에 찔러 넣고는 자신의 다른 총으로 가람 쪽을 난사한다. 하지만 그 순간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그 총에는 소음기가 없기에 커다란 소리가 멀리까지 울려 나갔다. 강한 총으로 기회를 잡기 위해 위험을 자초한다, 가람의 상황은 더 위험해 졌다. 소음기가 달린 총과는 그 위력이 틀려 졌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젠 가릴 것 없다는 듯이 이곳저곳을 부숴댔다. 가람이 간당간당 하던 식탁을 차서 부수고는 총이 난사되는 곳으로 다시 한 번 발로 차 날린다. 다시 요란하게 콩 볶는 소리가 난다. 하지만 잠시 시야에서 가려진 탓에 위험을 감수하며 조금 멀리 있던 식칼 세 자루 얻을 수 있었다. 지속되는 상황은 악화일로에 치닫고 단순한 강도가 아니라는 그의 감각은 이제는 더욱
확실해진다. 그래서 가람의 마음은 더욱 급해졌다.
“시끄러워. 뭐하는 짓이야 그들이 온다고. 젠장, 우선 넌 저놈을 맡아 난 목표물을 처리한다.”
"젠장. 탄창을 두 개밖에 안 가져 왔었단 말이야."
한 사람의 말에서 타겟이라는 단어를 듣고 가람은 저들이 원하는 것에 생각이 미친다.
‘내 가족.’
상황은 더욱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연신 유리만을 던졌던 가람은 자신의 소극적인 대처에 후회를 했다. 이젠 무엇을 주더라도 확실한 기회를 만들어야 했다.
한편 작은 사내는 거실로 뛰어들자마자 소파를 향해 연거푸 총을 갈긴다. 하지만 그가 목적을 이루기엔 아직 어려운 듯 그 곳엔 이미 목표물이 없었다.
“젠장.”
거친 욕설과 함께 거실 주변으로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집의 뒤쪽 작은 다용도실을 목격하게 된다. 그곳으로 한걸음에 달려가 거칠게 문을 부수려 몸으로 부딪혔지만 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는다.
호연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하나만은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왔다.’
눈물이 난다. 몸이 떨린다. 그가 온 것이다.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 생각 했던 그가 지금 이 곳에 있었다.
-쾅
다용도실의 문이 거세게 움직인다. 세탁기로 막아둔 문이 부서져 나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왠지 겁나지가 않는다. 호연은 아이를 더욱 끌어안으며 속삭인다.
“호진아 아빠가 왔어. 이젠 괜찮아.”
도저히 몸으로 빠른 시간 안에 문을 열 수 없을 거 같던 작은 사내는 뒤쪽에 하얀 갓이 씌워진 스탠드를 집어 작은 창들로 연결된 창문을 향해 힘껏 집어 던진다. 그것으로 모자랐던지 몇 가지 손에 잡히는 집기를 들어 창을 부숴댄다.
-와장창
작은 창들이 깨져 나가고
"꺄아~"
호연은 총에 맞았을 때도 내지 않았던 비명을 지른다. 소리로 자신의 상황과 위치를 가람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시간 없어.”
앞으로 2분여 아무리 꼼지락 거리며 온다 해도 3~4분내 그들이 올 것이다. 아무리 서로 하려는 행동이 같은 맥락이라 해도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들과 총질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게 그들이 해야 할 일과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의 틀린 점이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잡고 자신들은 도망을 가야 한다. 더 이상의 지체는 있어선 안 된다.
가람은 다급했다. 유리창이 깨어져 나가고 호연의 비명소리가 들리자 가람의 불안감과 초조함은 최고조에 다다른다.
‘호연아..
이대로는 위험해.’
가람의 눈이 부릅떠진다.
마음이 움직이자 반사가 된 듯 몸이 움직인다. 때 마침이라고 할까 가람과는 반대 벽에 붙었던 덩치 큰 사내도 다른 사내의 재촉 하는 소리를 알아듣고 총을 든 손을 가람이 있는 쪽으로 굽히며 작은 모험을 한다. 하지만 그 모험의 정도가 틀렸을까. 가람은 그쪽을 향해 크게 구르며 손에서 빠른 속도로 날카로운 물체를 던져낸다.
-탕탕
가람이 구른 자리를 할퀴고 총탄이 박혀들고
-푹
소리와 함께 식칼이 사내의 팔에 깊게 박혀든다.
“억”
억눌린 신음과 함께 총을 놓친다. 힘줄까지 비스듬히 파고드는 칼날. 동맥을 스친 듯 스프레이 같은 피를 뿜어낸다.
운 좋게 비껴나가 긴 했지만 가람의 다리가 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명은 없었다. 그것이 지키는 자와 뺏으려는 자의 차이.
-웨에엥
가람은 사내와의 거리를 좁힌다. 그 때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경찰차의 사이렌이 들려온다.
"젠장."
-탕 탕 탕
가람의 귓가에 커다랗게 총소리가 울린다. 이건 그가 듣던 그 어떤 소리보다 크게 그의 머릿속에 박힌다. 그리고는 모든 상황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다. 빨리 움직이려 해도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너무 느리게 움직여진다. 그런 가람의 눈에 작은 덩치의 사내가 자신의 총을 구멍 난 창으로 난사한 뒤 급하게 뽑아내고 있는 것을 본다.
“이젠 어쩔 수 없어. 우린 가야돼.”
거칠게 돌던 그의 눈에 다친 손을 부여잡고 있는 자신의 동료 근처에 어떤 사내가 근접한 것을 보게 된다.
-탕 탕
그 곳으로 총이 불꽃을 날린다. 가람에게는 그것마저도 느리게 느껴진다. 날아오는 총알이라도 보일 것 같다. 다른 식칼을 이용해 잡으려던 사내가 바로 코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뭔지 모를 가슴 아픈 소리가 이젠 머리를 지나 자신의 가슴을 때리고 있었다. 자신의 복부를 지져오는 고통이 그를 현실로 불러냈고 다시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그제 서야 가람은 손을 부여잡은 사내를 발로 거세게 차내고 식칼을 작은 덩치에게 던져 그의 다리에 꽂히게 한다. 그리고는 다시금 식당 쪽 벽으로 굴렀다.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단지 몸이 기억하고 있는 대로 움직이며 몸을 굴린 것 뿐 이었다.
-웨에엥
작은 사내는 가람이 자신의 총에 맞았다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왼쪽 허벅지에 박힌 나이프가 정신을 마비시켰고 뒷마무리를 하고 싶었지만 이젠 정말 시간이 너무 없었다. 자신의 소염기 달린 총에 남은 총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총을 사용한 것도 이곳으로 다가오는 그들에게 알리는 두 번째 신호탄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젠 가야 한다. 그들이 알아들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았다면 이제 그들이 들이 닥칠 차례이기 때문이다. 점점 사이렌 소리는 가까워진다. 그러더니 돌연 소리가 없어진다.
“으아아악 개자식 죽여 버리겠어.”
소리를 지르며 광분하는 덩치 큰 사내를 끌어내며 소리쳤다.
“미친놈 지금은 안 돼. 가야돼. 저 소리 안 들려? 보스가 알면 너나 나나 우리 모두 소리 없이 죽어.”
리노의 호통을 듣고 가까워지는 사이렌 소리를 알아들은 것일까 당장이고 맨몸으로 라도 달려들려던 스티브가 이를 갈며 마지못해 끌려 나가는 듯 하다 결국 같이 뛰어 나간다. 그리고 문 앞쪽에 다 달아 작은 사내가 무엇엔가 불을 붙여 현관 쪽으로 재빨리 던진다.
-따따따따 타타타타탕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는 혹시 모를 때를 준비해 차이나타운에서 사온 축제용 폭죽이었다. 자신들이 퇴각하고 있음을 알리려는 것이다.
8
녹색지붕의 작은 집에서 총격이 벌어지는 멀지 않은 곳에서 경찰차 한 대가 사이렌을 울려대며 달려온다. 그러다가 큰 총소리가 다시 가깝게 울려 퍼지자 차를 서행시킨다. 왜 그들은 그 총격에도 빠르게 달려가지 않았을까
“그 놈들 참 요란하게도 구네. 아니 아직도 안 끝내고 뭘 하는 거야. 병신 같은 것들. 서부극이라도 찍는다고 생각하는 거야 뭐야? 약속 한 게 뭔지 알긴 하는 거야? 이 닭대가리들 같으니.”
운전석에 앉은 경찰관이 투덜거린다. 그러면서 사이렌을 끈다.
"저렇게 시끄럽게 해뒀으니 사이렌은 꺼두는 게 좋겠어."
“그래도 머리가 있는 놈이 하나는 있나보군 계속해서 자신들이 있음을 과시 하니까 말이야.”
“그러니 더 문제지.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 서에 누군가 신고를 한 모양이야. 저렇게 시끄럽게 해대는데 누군들 모를까. 다른 팀도 올 것 같아 더 오기 전에 우리가 할 일을 해야지.”
“젠장 받아먹은 게 있으니 망할.”
서행하던 차는 어느새 녹색 지붕 집에 도착해 있었다. 그들이 서둘러 내리려 하는데
-따따따따 타타타타탕
요란한 소리가 집 현관에서 울린다.
"뭐야."
당황한 둘이 동시에 몸을 숙인다.
"이 새끼들 우리랑 총질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한 경찰관이 고개를 숙이고 뛰쳐나가려 하는데 다른 하나가 그의 팔을 잡는다.
“됐어 제임스 자 저기 나온다. 퇴장하겠다는 소리였나 봐. 조금 더 있다가 들어가기로 하지 한 5분이면 저것들도 저기서 좀 벗어나겠지. 멍청한 것들.”
반대로가 아닌 중간을 질러 경찰차 방향 쪽으로 지나 도망가는 그들과 서로 눈이 마주친다.
'재수 없는 것들'
'더러운 자식들'
'쓰레기들'
서로가 다른 생각을 하며 스쳐지나가고 제임스는 차 안에서 보는 사람이 없나 주변을 둘러본다. 다행히 보는 사람이 없자 느긋하게 몸을 의자에 기댄다. 아직 3분은 더 있어야 하니까.
9
자신들의 차로 돌아온 두 사내는 거칠게 복면을 벋었다.
“크윽~ 젠장 그놈을 죽였어야 했는데.”
씩씩거리는 스티브를 보며 리노가 작게 으르렁 거렸다.
“그나마 저 돼지 같은 것들이 신호를 알아들었기에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우린 둘 다 죽었어. 스티브. 그러니까 닥치고 있어.”
그러고는 리노는 차를 거칠게 출발시켜 어느새 멀찌감치 새워져 있는 경찰차를 지나 내달린다. 다시 한 번 서로의 눈이 마주친다.
“쳇 더러운 것들. 그리고 난 보스한테 너랑은 더 이상 일 못한다고 말할 참이다.”
경찰을 보며 욕을 하더니 정면만 응시한 채 차를 밟아대며 리노가 연신 스티브에게 으르렁 거린다.
“으윽~ 미안해 리노. 갑자기 이상한 놈이 들이닥칠 껄 알았나 뭐.”
그제야 누그러든 스티브가 아직도 피가 뿜어지는 다친 팔을 나머지 팔로 감싼 채 사과를 한다.
“그 놈은 도대체 뭐야 젠장.”
그렇게 그들은 빠르게 그 곳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보스에게 성공을 장담하지 못할 말을 하려니 왠지 마음이 무거운 그들이었다.
10
가람은 옆구리를 잡는다. 다행인지 무엇인가를 먼저 뚫은 총탄은 뼈와 닫지 않고 옆구리를 굵게 할퀴며 관통상을 일으켰고 또 그 덕분에 방향이 틀어져 가람의 장기는 상하게 하지 못했다. 가람은 그 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이 어수선한 거실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쾅 쾅 쾅
원래의 목적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막아 놓은 것이 틀림없을 물건이 이젠 방해물이 되고 있었다. 가람은 말을 아꼈다. 왠지 말을 꺼내면 무언가 중요한 것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아서 입을 꼭 다물고 힘껏 문을 밀었다. 그 때마다 배에서 피가 세어 나온다. 가벼운 상처는 아니었다. 그렇게 힘겹게 문을 열고 아이를 안고 있는 아내를 조심히 안아서 카펫 위에 조심히 내려놓는다.
가람은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망연히 바라본다. 슬프다는 감정도 아프다는 감정도 없다. 아무런 느낌도 느껴 지지 않는다. 아내의 손은 아직 따뜻하다. 아이를 꼭 안고 있는 호연을 안아 거실로 옮겨 왔을 때 보다는 식어 있었지만 아직 둘의 몸은 따뜻했다. 그 무엇보다 따뜻해 자신의 손이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흥건히 적셔져 있는 모자의 몸에 묻어 있는 것이 너무도 붉었다. 정신을 차리지 못 하던 그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으로 가람을 바라보며 그에게 물었다.
“호진… 이는?”
그녀에게 그는 대답했다.
“괜찮아.”
그녀는 웃었다.
그래서 아팠다.
아이는 아픔을 견디지 못해 이미 식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소리치고 싶었다. 살려달라고. 살려달라고 목 놓아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살릴 수가 없다. 지금은 마지막을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가 없다. 그녀는 단지 아이 때문에 숨을 붙잡고 있었을 뿐이란 것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아팠다.
그렇게 그녀는 그를 보고 미소 지으며 천천히 숨소리를 잃어갔다.
그의 이성은 울지 않았다. 울어버리면 그것으로 꿈이 아님을 시인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의 이성은 그에게 울지 말아야 한다고 외쳤다. 하지만 어깨가 울었다. 하지만 가슴이 울었다. 하지만 마음이 흘러내린다. 단지 눈만이 의미 없는 눈물을 쏟아내지 못한다. 그러다가 결국,
기러기가 울었다.
.
.
.
그래서 현실이 되었다.
- 기러기는 조류의 한 형태로 분류된다. 인간은 그것을 새라고 통칭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의 새가 존재하며 기러기 또한 그중에 하나이다. 특이한 것은 다른 종과 달리 기러기는 단 한번 짝을 만나고 무리를 형성한다. 그러다 제 짝을 잃게 되면 그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다른 짝은 만나지 않는다. 과연 제 짝을 그리워해 그리하는 지는 기러기 말고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지금 또 한 마리의 기러기가 제 짝을 잃고, 홀로 날다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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