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성현은 주먹을 한번 쥐어보았다. 예전과 다르게 근육 하나하나가 약동하며 손아귀 가득 뿌듯할 정도의 힘이 느껴졌다. 발뒤꿈치를 들고 살짝 살짝 뛰어보자 생각한 그대로 움직였다. 좀 더 높게, 좀 더 높게, 성현이 생각하는 높이만큼 정확히 움직이는 몸은 점점 인간의 한계를 벗어날 정도의 운동능력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가볍게 발끝을 움직였을 뿐인데 성현의 몸은 3미터 가까이 솟구쳐 올랐고, 공기마찰 따위는 무시한 빠른 낙하와 함께 성현의 몸이 바닥에 내려왔다.

“이거……굉장한데?”

놀라움을 넘어서 어안이 벙벙해질 지경이었다. 그제야 실감나지 않던 현실이 피부로 느껴졌다. 성현은 다시 한번 바닥의 땅을 살짝 박차보았다. 이번에는 좀 더 강하게, 좀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해서 발 구르기를 한 덕에 커다란 굉음과 함께 바닥이 패였다. 공기 마찰 따위는 가볍게 무시해주며 성현의 몸은 원하는 위치였던 동굴 벽 한쪽에 다다를 수 있었다. 상식 내의 운동량으로는 도저히 연산해 낼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다시 한 번 몸을 움직여보았다. 벽이 거친 소리를 내며 금이 감과 동시에 성현은 그 충격량을 타고 어느새 천장 한복판에 가 있었다. 성현의 몸이 음속을 뛰어넘은 움직임을 보인 덕에 아음속에서 생성된 음파충격이 음속폭음音速爆音이 되어 공동 안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힘에 취한 성현은 멈추지 않고 사방으로 움직이며 음속폭음을 중첩시켰다. 순전히 기분 내키는데 따라 움직이는 육체적 힘의 광란 덕에 만들어진 파괴행각은 셀 수 없는 세월의 중첩을 통해 견고하게 다져진 동굴을 뒤흔들기에 충분했고, 그 충격은 굳센 세월에도 흔들리지 않은 채 용을 감싸 안았던 공동의 함몰을 가져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힘에 도취된 성현에게 있어 그런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차고 넘칠 만큼의 힘을 사방에 터트리기에 바빴다.

결국 동굴은 단 몇 분도 버티지 못한 채 무너져 내렸고 성현은 무너진 잔해를 밟으며 하늘 높에 뛰어올랐다.

“이거 죽이는데!”

성현은 하늘 높이에서 땅을 내려다보았다. 그 커다랗던 세상이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작게 보였다. 주먹을 틀어쥐고 몸 안 가득한 힘을 터트려 내기만 해도 세상 따위는 가볍게 쪼개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슴 가득 차오르는 뿌듯함을 참지 못하고 사방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이제―내 세상이다!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탁 트인 시계에서 느껴지는 해방감이란 성현의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대지를 한번 둘러보았다. 강화된 시각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나무 아래의 버섯의 종류마저 알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더불어 주위에 어떤 것이 존재하고 있는지도 생생히 느껴졌다. 시야가 닿는 모든 곳에 보이지 않는 실이 촘촘히 연결되어 성현의 피부에 그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 같았다. 마치 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일정 공간에 들어오는 먹이를 느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성현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태까지 책에서 수없이 봐오던 녀석이 여기서 얼쩡대고 있었다. 2미터는 넘을 것 같은 신장과 날카롭게 솟아오른 뻐드렁니, 터질듯 약동하는 근육, 오크였다. 그것도 다섯 마리는 군집해 어슬렁대고 있었다.

“어랄라, 진짜 있네.”

신기한 장난감을 보듯이 오크를 바라보던 성현은 갑자기 무슨 생각을 떠올렸는지 허공에 발을 굴렀다. 공기를 박찬 성현은 그 반작용의 힘으로 원하던 곳에 혜성처럼 틀어박혔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운동에너지를 퍼트린 덕분에 거친 소리와 함께 바닥에 긴 골을 남기며 착지한 성현의 눈앞에는 갑작스런 날벼락에 놀란 오크 다섯 마리가 급히 손에 든 도끼를 고쳐들고 성현을 향해 경계를 취하기 시작했다.

“Hello Baby?"

성현은 주먹을 틀어쥐었다. 두 눈은 장난기로 반들거리고 있었지만 이 행동의 결과는 장난이 아니었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순살瞬殺이란 단어는 이러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분명 단독으로 어지간한 촌락을 수라장으로 만들 수 있을게 분명한 오크 다섯은 그 자랑하는 근육 한번 꿈틀대 보지도 못한 채 고깃덩이로 변해있었다.

이 결과에 누구보다도 놀란 것은 성현이었다. 그저 자신의 힘이 얼마나 통하나 싶어 반 장난으로 시작한 싸움이었다. 그저 가볍게 바닥을 차올린 다음 명치 부근을 노리고 힘껏 주먹 한번 내질렀을 뿐이었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 본 대로 살짝 주먹을 틀어서. 그런데 그 결과는 장난이 아니었다.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직접 주먹을 맞은 오크는 총탄에 맞은 인형처럼 등 뒤로 커다란 구멍을 남기며 그대로 죽어버렸다. 그리고 그 주위에 있는 오크들은 주먹이 만들어낸 칼바람에 난도질당하고 부수적으로 비산飛散한 돌멩이들이 산탄마냥 온 몸에 틀어박혔다. 주위의 나무들은 주먹이 밀어낸 공기에 휘청거렸고, 성현이 저지른 짓 때문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진공상태의 공간에 공기가 말려들어 오면서 주위에 일정 무계 이하의 모든 것들이 오크 시체 위에 말려들다 흐트러졌다.

“뭐, 뭐야 이게?”

이게 고작 주먹 하나로 일어난 일인가,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제야 성현은 타르빙이 준 힘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느낌이 왔다. 그야말로 터무니없을 만큼 거대한 힘이다.

“이거 장난이 아니잖아?”

성현의 입가는 귀에 걸릴 정도로 올라가 있었다. 여태까지 고통 받으면서 억압되어 있던 피학적인 스트레스가 가학적인 공격성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왕따를 당하며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가학적 상황을 구현할 수 있는 힘을 쥐게 된 소년의 정신은 도덕적인 관념과 이성적인 판단을 서서히 잠식해 흐리고 있었다.

이기적인 마음이 가슴속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두근대는 심장은 연신 쾌감을 뇌로 퍼 올리며 방금 전 느낌을 되살리라 종용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런 괴물들이야 한낱 게임 캐릭터에 불과하지 않은가. 가상현실 게임을 몸소 체험한다는 생각, 어차피 이 세계에서는 이게 당연하다는 근거 없는 확신, 자신의 세계가 아니라는 도피, 어차피 개미를 밟아 죽이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궤변이 소년의 첫 살인의 충격의 완충제가 되어주고 있었다.

머릿속의 욕망은 성현을 부채질하고, 아직 어린 성현은 그 욕망을 제어하기에는 그 의지가 부족했다.

성현은 다시 발을 박차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 강한 상대, 더 강한 무언가를 찾아 자신의 정복욕을 채우기 위해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고, 그때부터 용의 등뼈에서 저마다의 자연적 섭리에 따라 살아가던 생물들에게 재앙이 떨어졌다. 황소개구리 덕분에 혼란스러워진 생태계를 방불케 했다. 먹이사슬이 망가지고 각 생물들의 영역이 뒤섞여 버렸다.

그리고 그 영향은 숲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천재天災나 다를 바 없었다.



서룡西龍의 등뼈. 용의 등을 닮아 기암절벽이 가득한 서쪽의 대지를 가로지르는 능선을 사람들은 그렇게 이름 붙였다. 먼 옛날 모든 서룡Dragon들의 주인 된 자Load가 이제는 사라진 신을 그리며 돌이 되었다는 민화마저 있는 이곳은 울창한 숲이 시야를 가로막고 길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수림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가도 깎아지는 절벽이 눈앞에 나타나는 둥, 기괴한 지형으로 이름 높아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게다가 세상에 몇 남지 않은 용, 그 중 서룡西龍Dragom의 금룡Gold dragon 하나가 잠들어 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니만큼 사람의 출입이 더더욱 조심스러워 질 수 밖에 없었고, 그럴수록 수많은 몬스터들의 서식지로 각광받는 곳이기도 했다.

가끔씩 금룡의 동굴을 털어보겠다고 호기 있게 나서는 보물사냥꾼treasure hunter이나 도적thief들이 불귀의 객이 된 수가 얼핏 세어도 세 자리수를 훌쩍 넘긴 이후로 미친놈들이 가끔 객기를 부리기 위해 찾는 것 말고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곳에서 한창 거친 칼부림이 일어나고 있었다.

“제길! 이런 씨발!”

수많은 격전을 넘어왔는지 이리저리 이가 빠진 스파타가 거칠게 좌에서 우로 휘둘러지고, 그 궤적에 걸린 트윈헤드 오우거의 팔이 하얀 뼈를 드러냈다. 괴로움에 발버둥 치며 두 개의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몽둥이를 휘두르는 트윈헤드 오우거지만 그는 능숙하게 피했다.

플레이트 아머를 입었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움직임이었다. 그 사이 그 옆에 자리한 남자 하나가 날렵하게 체중을 실어 트원 헤드 오우거의 배에 칼을 박아 넣고는 이를 악물고 좌에서 우로 힘차게 그었다. 내장이 얼굴에 튀며 핏물이 입속으로 튀어 들어왔지만 거칠게 뱉어내며 빠르게 롱소드를 회수해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그 능숙하며 날랜 움직임은 숙련된 전사 이상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었다.

“우어어어―.”

거체가 쓰러지며 바닥이 울릴 정도의 진동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 하나에 정신이 팔릴 정도로 여유가 없었다. 벌써 세 마리를 해치웠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주위에는 여섯의 중형 몬스터들이 흉흉한 눈을 빛내며 낮은 외침을 토해내고 있었다.

트롤 둘, 오거 셋, 트윈 헤드 오우거 하나. 일개 중대마저도 찜 쪄 먹을 수 있는 괴물들.

그에 비해 그들은 서른도 채 남지 않았다. 호기롭게 들어온 백 명의 기사들은 이곳에서 닷새를 버티지 못하고 태반의 전력을 잃어버렸다.

“이런 제기랄!”

여기의 괴물들은 그야말로 미친 것들이었다. 숲 밖에서 서식하는 몬스터들과는 힘이나 완력, 간교함에서 비교가 될 수 없었다. 특히 몬스터들의 저 미쳐 날뛰는 광기로 인해 기사단들은 예상 했던 것 보다 더 피해를 보아야 했다.

처음에는 그나마 버틸 만 했다. 하지만 이틀 전, 숲이 떨리는 진동과 함께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 이후, 이것들은 갑자기 죽자 사자 달려들기 시작했다. 거금을 주고 산 용의 등뼈의 안전지대 지도나 먼 옛날부터 전해졌다던 금룡의 지도 따위는 소용이 없었다.

고작 닷새였다. 고작 닷새 만에 동주(東主)의 패주라 불리는 이의 기사단이라는 자신들이 언제 죽을지 몰라 벌벌 떠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단지 자신들, 여기에 들어온 사람이 오로지 우리 기사단뿐이었으면 괜찮았을 텐데.

하지만 그들에겐 지켜야 할 사람이 있었다. 주군의 딸 히포리타. 그녀만 없었어도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몰리지는 않았을 터였다. 지킬 것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신경과 인력이 분산된다는 소리. 이곳에 들어온 백 명의 기사 중 스물이 그녀를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움직이다 괴물의 손에 피 떡이 되어버렸다. 이런 지옥 같은 곳에서 그런 패널티는 지옥과도 같았다. 그녀가 가진 금룡의 인장만 아니었어도, 그녀가 가진 지식만 아니었어도 월터 스스로 그녀의 머리를 따버렸을 터였다.

월터는 마력 분을 쥔 채 우왕좌왕하는 소녀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제길, 어린나이에 천재마술사라 이름 불리면 뭣해, 노련한 늙다리 전투 마술사 하나만도 못한데.

“하아아앗!”

노련한 마법사 하나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그는 검을 다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헛된 망상보다 한번이라도 칼을 더 휘두르는 것이 승리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로서는 이를 악물며 땅을 박찰 수밖에 없었다.











=호주 인터넷 정말 싫군요. -_-;;


여러분, 한국은 인터넷 강국입니다. 정말입니다! 거긴 천국입니다!

그나저나 이번 월트컵은 이변의 연속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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