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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본 글은 초고임을 명백하게 밝혀둡니다. 이 글은 일차적으로 제가 11년만에 읽은 <낭만클럽>에 대한 감상문으로서의 글이 되겠지만, 최종적으로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전기소설의 전체적 형상을 조망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은 일단 그런 맥락적 글 이상의 역할을 하기는 다소 어려울 듯이 보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원고지 100여장 정도 분량으로 이에 대한 자세하고 구체적인 글을 다듬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은 초고의 성격 이상의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글은 감상문으로 시작했으니..)

따라서 죄송하지만, 이 글은 가급적이면 퍼가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뭐 링크나 인용은 허가합니다만) 차후에 수정본을 작성하게 된다면, 그 글은 자유로이 퍼가는 게 상관없겠지만, 이것은 조금 논리적인 자료들도 제법 빠져있고, 전체적 틀을 완성한 글은 아니기때문에,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서 참고자료로만 사용하시는 정도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따라서 이 글은 수정본이 완성되면 자진 삭제할 예정이고 그 때까지 임시성의 글로 간주하셨으면 합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각주는 이해를 위해서 반드시 읽어보시길 바라며, 출력과 워드 포맷으로 읽고싶은 분들을 위해서 HWP 원문도 올려놓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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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노 코즈에의 『낭만클럽』을 통해 바라본 현대적 전기성

 

 

현 

 

 


  1. 전기소설의 내적 특성

 

  동아시아 문학사적 발전 단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서사 장르 중의 하나가 바로 전기소설(傳奇小說)이다. 전기소설은 설화문학과 전기(傳奇)의 발전된 양상이면서, 동시에 설화문학과 정제된 한문소설(특히 한국에서는 몽유록계 소설) 사이에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 장르는 신화적 총체성과 소설문학적 인식론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때문에 상당히 독특한 미적 형식을 안고 있는데, 대체로 그 미학적 특성을, 작가의식을 반영하려한 허구적 창작, 현실공간과 신성시공의 교차, 그리고 그 교차되는 신성시공의 순간성, 내세지향성, 서사장치의 이원화, 현실과 비현실의 갈등 등으로 규정할 수 있다.(주1)

 

 전기(傳奇)라는 어휘는 ‘기이한 이야기’라는 일차적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이한 이야기’라는 특징은 기담(奇談)이나 전기(傳奇) 혹은 설화에서도 등장하는 화소적 특징이다. 그러나 뒤에 붙는 ‘소설’이라는 어휘에 의해서 이 작품들은 이전 시기의 ‘기이한 이야기’들과 구분된다. 그 가장 큰 차이점은 현실과 환상이 교차되면서 이계의 존재가 현실로 편입되고, 그로 인하여 인물의 내적 갈등이 촉발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주2)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소설적 자아 앞에 던져지는 ‘기이한 사건’은 당위적이긴 하나 우연적이며, 그렇게 묘사된 현실 속의 인물이 체험하는 소설적 사건에서 등장하는 괴이한 존재는  애당초 현실에 내재된 존재이나, 세계관의 필연성에 의해 부재를 안게 된 존재라는 점이다.(주3) 그리고 이 부재를 해소하기 위한 접촉이 현실계의 주인공을 이계로 끌어들이는 내적 동기로 작용한다. 이것은 전기소설을 전기와 설화와 구분짓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이다. 전기소설의 주인공은 현실계에 존재하지만, 이계와 교차되는 상황에서도 현실적 존재로 남게 된다.(주4) 결국 전기소설은 현실과 이계 사이의 중간단계에서 ‘현실계의 인물’이 그대로 이계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사건과 갈등의 해소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2. 전기소설의 현대화 혹은 되받아쓰기

 

  이러한 고전적인 동양문학의 관점으로 바라보자면, 현대 일본을 필두로 한 ‘전기소설’ 혹은 ‘전기로망’이라고 불리는 부류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왜냐면 단순히 ‘전기소설’이라는 장르는 현실과 이계의 경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을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런 이원론적 세계가 상정됨으로 인하여 펼쳐지는 또다른 문예적 시점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전기소설은 민담이나 설화 등의 고대문학에 그 배경을 두고 있는 화소적 차원에서만도 다루어질 수 없다.(주5)

 

  가령, 『Fate & Stay Night』가 전기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려 한다면, 그것은 본질적으로 신화적 인물들이 현실계의 인물들의 의식과 무의식속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지, 단순히 판타지적 캐릭터들이 현실로 난입하기 때문은 아니다. 왜냐면 그들이 추구하는 성배(Grail)의 본의는 현실에 기반하는 문화적 현재성을 지닌 환상적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텍스트가 문학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작품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근대적 자아인 주인공을 둘러싼 ‘현실계’와 현실의 신화적 메타포인 ‘성배를 둘러싼 신적 존재들’의 충돌에서 오는 갈등에 의해서이지, 환상적 존재의 난입으로 인한 경이감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판타지문학에서 말하는 ‘경이감sense of wonder’은 생경한 사물에서 오는 이질감이 아니라, 그 사물과 현실계의 사물의 교호관계에서 오는 단순하지만 새로운 감각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소위 일본의 전기소설은 “무차이적인 일상성에 비일상적 차이를 도입하여 낯익은 진부한 세계를 선명하게 절단한다”(주6)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것은 전통적인 전기소설의 특성이 아니다. 이것은 명백하게 장르 판타지가 가지고 있는 미적 효과의 새로운 변이이다.

 

  이런 현대의 전기소설은 고전적인 전기소설이 가지고 있는 내적 포맷을 십분 활용하여 장르판타지가 가지고 있는 미적 성과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주7) 즉, 현대의 전기적 속성은 고전적 전기소설이 가지고 있는 내적 형식을 활용하여 현대에 길들여진 소설의 어법으로 다시 창조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현실과 이계의 경계’는 근대화된 사회와 환상 사이에서 격한 충돌을 일으키며 고전적인 것이 아닌, 새로운 의미가 ‘전기소설’이라는 장르에 부여되는 것이다.

 

 

 

   3.『낭만클럽』의 내적 구조

 

  아마노 코즈에의 『낭만클럽』은 현대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을 해결하는 내용이 내러티브의 주를 이룬다. 이야기의 골격은 학교 뒷산의 구신석(丘神石 Power Spot)의 봉인이 풀리면서 귀신들의 힘이 근처로 풀려나고 원(怨)을 내재한 사물이나 동물들의 소망을 풀어주면서 기이한 일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모든 ‘기이한 사건’의 배후에는 구신석이 존재한다. 이 영역을 통해서 학교는 현실계에서 이계가 교차되는 공간으로 잠재적으로 변한다. 학교의 인물들은 모두 현실계 내에 존재하는 인물들이며,(주8) ‘기이한 사건’은 그 현실계를 잠시 동안 ‘기이한 세계’로 바꿔놓는다. 이는 전형적인 전기소설의 도입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그 ‘기이한 사건’에서 만나게 되는 ‘원념의 사물’들은 낭만클럽의 인물들을 통하여 원(怨)을 해결함과 동시에 기이함도 동시에 풀린다는 점이다. 전기소설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기이함이 해소되면서 사라지는 과정에 ‘주술적 제의’가 필요하다는 점인데, 『낭만클럽』의 갈등 해소의 과정에는 이런 주술적 제의가 결정적으로 포함된다.(주9) 그리고 이야기의 모든 내러티브는 여기에 서사의 구심점을 두고 진행된다.

 

  『낭만클럽』의 서사구조가 전기소설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다고 말할 수 있는 명백한 예는 바로 신광한의 『기재기이』에 수록된 「서재야회록」에서 찾을 수 있다. 「서재야회록」 역시 못쓰게 된 문방사우가 아바타화되어 토론을 나누고 자신의 한탄과 원을 풀어놓는다. 주인공은 이를 엿보고 난 다음 그들을 기리는 제문(祭文)을 축성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기이함에서 현실로 회복을 꾀한다. 이 두 작품이 가지는 내적 갈등구조와 그것을 풀어나가는 주인공의 서사방식은 거의 일치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개입하는 주인공의 성격과 결말에 드러나는 인식의 확장여부가 다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낭만클럽』은 전기소설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전기적 내러티브와 내적 형식을 상당히 강하게 포함하고 있는 작품으로 간주될 수 있다. 특히 10화「눈사람의 사랑」에서 드러나는 갈등 해소의 과정 자체는, 존재가 가지는 본질적 비극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독특하다. 이 역시 이계와 현실의 교차, 서사장치의 이원화, 현실과 비현실의 갈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전형적인 전기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기이함에서 현실로 회복하는 과정과 결말에 이르는 주인공의 인식과정은 전기소설의 일반적 성격을 뛰어넘는다. 그리고 여기에서 현대 전기소설의 다양한 속성이 보여주는 하나의 성향을 찾을 수 있다.

 

 

 

  4.『낭만클럽』이 가지는 전기성의 현대적 해석

 

  「눈사람의 사랑」의 결말이 일반적인 전기적 속성과 다른 점은 결말의 비극성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전기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기이한 세계에서 벗어나면서 주인공의 인식이 확대되는 것이다. 그것은 현실에 대한 회의일 수도 있고, 기이함에 대한 놀라움일 수도 있는 등 다양하다. 그러나 고전적 전기소설에서 결말에 이르러 가지게 되는 주인공의 인식은 당대의 종교적/사회적 인식의 표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주10) 그런데 『낭만클럽』의 인물들이 불러오는 결말은 일반적인 세계관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다.(주11)  그것은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경이감이다. 『낭만클럽』의 모든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기이한 사물과 존재들은 결말에 이르게 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물의 진부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이것은 명백하게 톨킨이 강조한 ‘판타지Fairytale로서의 회복‘이다. 고전적인 전기소설과 다르게 『낭만클럽』의 모든 인물들은 작품의 도입과 결말에서 인식의 상승이 일어나지 않는다.(주12) 다만, 사물에 대한 하나의 새로운 경이감을 ’수리적으로‘ 획득할 뿐이다. ’낭만클럽‘의 모든 사람들에게는 이미 이 세계의 진부한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제2의 눈‘을 가진 카토리 뿐만이 아니라, ’낭만클럽‘ 전원에게 부여된 내재적 리얼리티다. 즉, 그들은 ’기이한 사건‘을 겪는다고 세계관에 대한 인식이 총체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독자의 눈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아닌, 작품 안에서, 무엇보다도 작품명인 ’낭만클럽’이라는 이름으로 결속된 경이적 시야를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일어나는 모든 ‘전기적 사건’은 자아를 상승시키는 것이 아니라 ‘있었으나 잃어버린 어떤 것을 회복시키는’ 의미를 가진다. 이 작품에서 내적 형식은 전기소설의 양상을 강하게 띠지만., 그로부터 추출해 내는 세계의 인식은 놀랍도록 톨킨적이다. 바로 여기에서 전기적 작품으로서의 『낭만클럽』의 현대적 의의를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전기소설의 내적 변이가 일어나는 까닭이 무엇보다도 작품 자체가 어린이문학으로부터 받은 자양분이 적지 않으리라는 점을 유추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작품에서 동화적인 전설과 어린이문학 작품의 캐릭터들이 실제로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이 작품이 일차적으로 동화적 성격을 띨 수 밖에 없다는 필연을 암시한다.(주13)  이로서 불러오는 가장 커다란 변화는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현대의 중학교’라는 공간은 이미 근대적 리얼리티로 가득 찬 현실공간이라는 점이다. 고전적 전기소설이 창작되던 시기의 세계관은 유불도(儒彿道)가 혼재된 총체적 세계관이었다. 따라서 신화적 상상력이 문화적으로 허용되던 시기였다.(주14) 때문에 ‘기이한 이야기’는 보편적 질서에 어긋나지는 않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그러나 『낭만클럽』이 창작된 시기는 근대에서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시점이다. 이 시기에 신화적 상상력과 영적(靈的) 이야기는 모두 버려질 수 밖에 없는 필연성을 가진다. 이 근대적 리얼리티의 필연성에 싸우는 캐릭터를 작품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므로써, 기이한 이야기는 ‘고전적 전기소설’과는 다른 의미로서 환상성을 획득하게 되고, 그 의미는 톨킨적으로 변하게 된다. 이런 ‘현실계와 이계의 격렬한 충돌과 교차세계에서의 사건’이라는 전기적 특성은『낭만클럽』이 가지는 특수성으로 인해서 결말에 이르면 동화적 성격으로 변모된다. 기이한 이야기를 통하여 삶을 보여주는 문학양식으로서 설화가 현실지향적 입장이며, 전기소설이 내세지향적 입장을 보여준다면, 『낭만클럽』은 총체지향적 혹은 전일지향적 입장을 가진다. 이것을 동화지향적(童話指向的)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5. 현대적 전기소설의 새로운 가능성들

 

  전기소설의 가장 중요한 내적 속성은 현실계 내의 인물이 현실계와 이계의 ‘제한적인’ 교차관계 속에서 갈등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이 인물들 사이의 관계에서는 불완전하지만, 현실계의 인물의 개입하여 그것을 해소시키는 구조를 가진다. 이 갈등이 해소되는 결말부가 고전적 전기소설에는 다소 정형화된 에피스테메를 가지고 있으나, 현대의 몇몇 작품들은 전기소설의 형식을 훨씬 세련되게 조탁하고, 그 개연성의 추진력을 발판삼아 훨씬 변이된 결말로 이끄므로써, 작품의 가능성을 확장시켰다. 즉, 전기소설의 현대적 변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전기소설을 하나의 ‘내적 형식’으로서 장르화하여 바라보는 안목이다. 이것은 전기소설의 구조가 가지고 있는 ‘이계의 도입과 결말’이 가지는 내외적 의미망을 작가가 어떻게 포착하고 재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전기소설의 기이함은 유지한 채, 현대 소설의 새로운 스타일의 창출여부가 결정된다는 뜻이 된다. 이 에피스테메의 전환 속에서는 고전적 전기소설에서 ‘당위적 기이함’으로 여겨지는 이야기의 ‘근대적 등질성 속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전복된 의미화가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얼마나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텍스트를 창출할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작가의 몫이겠지만, 하나의 ‘장르문학로서의 전기소설’은 이미 그 현대적 가능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며, 『낭만클럽』은 전기소설의 동화적 확장의 예로서 가장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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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이학주는 전기소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내적 특성으로 <幻>이라는 문학적 성질을 꼽고 있는데, 이는 설화문학과 근접하면서도 소설단계로 나아가려 하는 작가의식의 영향 아래에서 형성된 전기문학의 독자적인 장르 특성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하 전기소설에 대한 일반론은 이학주의 『동아시아 전기소설의 문학세계』(북스힐, 2002)를 참고)

 

2) 이에 대하여 이학주는 전기소설이 가지는 몇 가지 화소적 특성을 분류하여 그 특성을 <幻>의 개념을 통하여 설명하고 있지만(위의 책), 필자는 일단 내적 형식을 수반한 전기소설의 미학적 특징을 위와 같이 정의하고자 한다. 이에 대해서는 차후에 전기소설의 미학적 논의를 필요로 하는 글에서 자세히 다루고, 본 글에서는 작품을 통하여 그 실질적인 부분만 언급하고자 한다. 이것이 전기소설의 ‘본질적’ 특성이 되기에는 많은 논증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나, 매우 중요한 부분적 특성으로 간주될 수는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논의는 이학주의 위의 책 p.80을 참조하라.

 

3) 이런 특징은 전기문학의 특징 중 하나인 교혼담(交婚談) 화소나 물괴가전(物怪假傳) 등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이나, 이계로 진입하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환몽계 전기소설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논의가 필요하니 본 글에서는 생략한다. 다만, 교혼담과 물괴가전류의 전기소설 형식에서 이러한 특징은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필자가 앞으로 논하게 될 현대의 전기소설류에 대한 고찰에서 이 특징은 아주 중요한 쟁점으로 사용할 것이다. (이를테면 이계에서 난입된 존재가, 본래 주인공이 인식하는 세계에 내재되었던 존재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소위 ‘동양적 기이함’을 촉발시키는 가장 큰 계기가 된다. 서양문학에서는 이것이 요정담fairytale으로 전회하게 되는데, 이는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또한 이 부재성이 전기소설과 연관이 있는 괴기담의 고딕적 성격을 규명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첨언해 두도록 한다.

 

4) 설총이 지었다는 「화왕계(花王戒)」는 대표적인 가전체 형식의 설화문학이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꽃의 세계에 어떠한 개입도 하지 못하고, 이야기는 우언으로서 끝맺음을 하고 있는 데에 반하여, 전기소설로 간주되는 신광한의 「안빙몽유록(安憑夢遊綠)」의 주인공은 현실계의 인물로서 이계 안에 관여하고, 그 안에서 소외된 꽃과의 갈등을 꿈에서 깬 다음에도 인식하여 자아의 갈등을 해소한다.

 

5) 대개 현재의 ‘신전기(新傳奇)’나 ‘전기로망’의 작품들은 “소설의 주 내용이 실제 역사와는 다른 이면사나 혈통, 기이한 전승, 전설, 신화, 민화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작품”을 일컫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http://puzzlet.org/archive/angelhalo/view/%EC%8B%A0%EC%A0%84%EA%B8%B0)

 

6) 나스 기노코, 『공의 경계』(권남희 옮김, 학산문화사, 2005)의 작품해설을 참조

 

7) 이는 RPG, 라이트노벨, 애니메이션, 만화 등이 가지는 복잡한 관계에서, 장르판타지의 기저가 가장 깊고 일반화된 양식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의 경계』처럼 문학적 의미화를 이루는 것도 변이의 과정 중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8) 돌의 정령 코롱은 실질적으로 「1화」와 「미자믹화」를 제외한 작품 안에서 하나의 ‘인물화’되어 묘사되면서 신성성과 경이성을 상실한다. 카토리는 ‘제2의 눈’으로 영계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나, 이것이 그로 하여금 초월적 능력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며 - 이 작품에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대부분 ‘커뮤니케이션과 교화’에서 드러난다 - 본질적으로 전기소설에서 드러나는 ‘현실계의 인물이 이계와 교차되는 첫 걸음의 우연적 전개’의 당위성을 부여해 줄 뿐이다.

 

9) 이를테면 13화에서 잉어깃발이 용으로 승천하는 등용문의 에피소드에서 가장 큰 주술적 제의는 ‘깃발을 걸어주는’ 행위다. 이것은 하늘에 나부끼지 못하여 본래성을 상실한 잉어깃발에게 그의 존재론적 뿌리를 회복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주술적 초월이라 불릴 수 있는 행위이다. 고전적 전기소설에서는 문화적/종교적 제의를 통하여 기이한 사건의 결말을 만들어내며 갈등이 해소되지만, 『낭만클럽』에서는 사물의 본질이 상실된 것들에게 그들의 가장 보편적인 성격을 되찾게 하므로써 사물의 원을 풀어주는 경향이 강하다. 고전적 전기소설이 ‘제의적 승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낭만클럽』에서는 ‘상실된 것의 복권으로서의 제의’를 가장 보편적인 지평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차이는 고전적 전기소설의 현대적 변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이에 대한 언급은 아래에서 자세히 다룬다.

 

10) 이는 후대로 갈수록 전기소설의 결말이 작가의 정신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것과 상관이 있다.

 

11) 이것은 고전적 전기소설과는 물론이거니와, 『사후편지』나 『공의 경계』등 현대 전기소설이 가지는 근대적 세계관과도 매우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12) 조동일은 소설의 특징으로 갈등과 사건을 통한 자아의 상승작용이라고 지적한다. 이를테면 『금오신화』에 수록된 「만복사저포기」의 경우,“양생이 가지는 고독은 벗어날 길이 없는 특수한 상태의 고독이고 여기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가진다”는 것인데, 이와 같이 이미 소설의 범주에 들어가는 ‘전기소설’의 경우, 작품에서 자아의 세계가 확대되는 경험을 통하여 하나의 의미체계를 완성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조동일의 『한국문학의 갈래 이론』, 집문당, 1992) 참조)

 

13) 원작 동화에 대한 스토리텔링의 측면에서 『낭만클럽』을 간주하게 되면, 이 작품에 대한 더 다양한 관점을 펼칠 수 있으나, 여기서는 생략한다. 다만 본 글에서는 이렇게 재구성된 동화의 캐릭터와 이야기가 그 의미를 현대화되면서 더욱 강한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동화의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14) 이 부분은 본인의 졸고 「한국 고전설화의 제문제」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mirror.pe.kr/zboard/zboard.php?id=g_think&page=1&sn1=&divpage=1&sn=on&ss=on&sc=on&keyword=현서&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20)

 

 

'3' 댓글

밀랍담배

2009.10.05
15:11:32

전기소설의 근간은 구조적 관점이 아닌, 표현적 관점에서 시작해야 그 근원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문학 비평은 대체적으로 구조적 관점에서 비롯되는데, 이러한 관점은 문학을 해석하는데는 쉽지만, 본질을 말하기보다, 본질을 분석해 나누어버리기 때문에 전기문학같은 계열에서는 정작 장르적 목적성 자체에 대한 접근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전기라는 장르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접근이 완성되지 않고서, 구조적 관점에서의 전기문학의 해석은 전기문학 자체와는 전혀 생경한 해석을 낳을 수 있습니다.

구조가 아닌 표현적 목적성에서 전기문학의 본질이 있다는 것을 근간으로 했을 때-환상적 존재와의 만남을 통한 경이감은 오히려 그 자체적으로 전기문학의 핵심이랄 수 있습니다. 기이함 이후의 관점적 접근은 어디까지나 그 기이함이라는 감성을 위해 어떠한 구조가 생겨났는가를 중점으로 접근해야지. 그 이외의 관점을 대전제로 하여 기이함을 분석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접근입니다. 전기문학의 목적성은 기이함에 있으며, 소설적 구성은 그 기이함을 표현키위한 방법론에 있습니다. 방법론을 우선하여 접근해보시는 쪽이 보다 전기문학의 본질을 보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현서/푸른꽃

2009.10.05
22:37:01

네. 그 지적은 친구에게도 받은 내용이라, 이 부분에 대해서 다시 검토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말씀드렸듯이 초고이기때문에 내용이 매우 미진합니다.) 전기문학의 '표현적 목적성'은 이미 오래전 포송령의 <요재지이>나 신광한의 <기재기이 跋>에서도 제법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저자의 창작 목적과 독자의 감상 목적 사이에서 오는 긴밀감을 형성하는 끈은 '형식'이라는 외재성에 기인하며, 이것을 벗어나 '방법론'인 특징과 창작미학적인 관점까지 소급하려면, 동양의 예악론禮樂論과 '道로서의 예술론' 등에 대해서까지 이야기하면서 소위 말하는 '전기소설'의 총체적 특성을 파악해야하는데, 제가 아직 이 부분까지는 공부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단 불완전하게 하느니, 제거해버린 것입니다. (이 글의 의도는 현대 논쟁이 되는 전기소설 뿐만이 아니라, 동양 서사문학 내의 '전기소설'을 규정하려한 시도이기 때문에, "경이감 그 자체가 전기문학의 핵심"이라는 목적에 대해서는 조금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한, 토도로프 식의 독자반응이론으로 '장르형식의 방법론적 유추'가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것이 전기소설에 얼마나 해당할 수 있을지도 개인적인 의문이 들어서 일단 구조적 접근만 따로 떼어 올린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참고할만한 책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밀랍담배

2009.10.06
09:28:46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현대 전기문학에 관한 학술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전기에 대한 고찰이 고전 문학에 대한 해석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근원적으로 전기문학의 모태이며 정의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만, 이것을 역사적 관점과 구조적 관점으로 해석한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현대의 전기문학에서 읽혀지는 방법론을 얻기에는 국내 저서에서 딱 이거다라고 할만한 것이 그리 없습니다. 국내에서 그래도 추천할만한 것이 있다면 공의 경계 한정판 뒤에 실린 가사이 기요시의 전기문학에 대한 논고를 참고하시는 것이 현대전기문학을 이해하는 데에는 꽤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방법론을 얻는데에는 보다 많은 이론과 관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해석 관점을 시작하는 시각의 위치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많은 이론을 얻어도 그 시각이 언제까지나 이외적인 위치에서 시작한다면 결국에 본질에는 닿지 않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위치에서 전기문학을 해석하려하기 이전에, 전기문학이 말하는 '기'란 무엇인가를 먼저 실감해보시는 쪽이 훨씬 빠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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