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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사람 1 이수영 지음, Song, won seok 그림/디앤씨미디어(D&C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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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사람 2 이수영 지음, Song, won seok 그림/디앤씨미디어(D&C미디어) |
이타카의 첫 책 <싸우는 사람>이 겨우, 드디어 나왔다. 이 책 자체가 이수영 작가님의 오랫동안 묵혀 놓았던 원고라는 걸 생각하면 이중으로 햇빛 보기 어려운 작품이었던 셈이다. 일개 독자인 나까지 책 받아들고는 괜히 감개무량한 기분이.
결국 이 책이 내 이수영 입문작이 되었다. 소문은 익히 들어 '호쾌한 필치'나 '남성적인 터프함'이 있는 문장이라는 사전지식을 넣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난 감상을 말하자면 호쾌하다거나 시원스럽다거나 하는 감성보다는 시크하면서도 장절한 철학이 글의 기저에 깔려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것은 아마도 주인공이 가장 신뢰하는 신이 죽음의 신이기 때문일 터다.
작품의 세계관을 읽어 보면 판타지라는 장르 특성상 상당히 많은 신들이 존재하며,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았을 때 긍정적인 가치를 주관하는 신ㅡ빛의 신, 생명의 신, 치유의 신 등ㅡ이 있고 부정적인 가치를 주관하는 신ㅡ전쟁의 신, 죽음의 신 등ㅡ이 그 반대편에 서 있는데 작가는 그 신들이 상징하는 것을 한 걸음 다른 시각에서 보고 있다. 생명의 여신이 누군가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편애'해야 하므로 생명의 여신을 모시는 신관은 추악한 것을 꺼려하며 그 성력은 심지어 살상력조차 지닌다. 치유의 신이 치유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냉정한 판단력을 지녀야 하기에, 치유 신관은 다른 판타지소설과는 달리 포용력도 자애로운 모습도 갖고 있지 않다. 반면 죽음의 신이 내리는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며, 오히려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키메라나 언데드들에게서 그 비정상적인 상황을 거두어가는 힘이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돌아온 주인공은 죽음의 사제 키나에게 구원받고 생명의 사제에게는 배척받으며 알게모르게 자신의 철학을 굳혀간다.
의도치 않게 맹수 오쿠거와 결합하여 반인반수의 몸이 된 주인공 검노 아이거는, 짐승인 오쿠거와 사이좋게 지내고 죽음의 사제 키나의 일을 도우며 전투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마약에 쩔어 잊고 있었던 자신의 과거를 되살려나간다. 그의 현재에는 키나와 오쿠거가 있고 과거에는 사랑하던 가족들이 있으며 양쪽 모두가 그를 구성하는 소중한 가치다. 키나는 그의 곁에 떠도는 원령들을 불러 그의 진짜 이름을 알아내고자 하고 오쿠거는 일단 이 무력한 인간 수컷을 도와 홀로 살 수 있도록 하려 한다. 그들의 배려는 화려하게 빛나거나 자애롭지는 않을지언정 따스하다. 그리하여 그는 과거를 다지고 현재에 발을 디딘다.
<싸우는 사람>은 압도적이고 처절한 전투씬에서도 충실한 묘사를 보여주며, 곳곳에서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 정도의 블랙유머도 가미하여 상당히 쫄깃쫄깃하게 잘 읽힌다. 어느 순간부터는 장르도 잊고 그저 한 인간의 처절한 발버둥과 싸움에 몰입하게 된다. 오랜만에 읽은 판타지였지만 굉장한 고급 판타지로서 누구에게도 추천할 만 하다.






